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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뚜기 Jan 17. 2024

비행기도 대중교통이다.

이집트 여행기 2: 비행기 승객의 에티켓?!

짐을 다 부치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비행시간이 조금 있어서 부산에서부터 출발한 일행이 밥을 먹어야 해서 인천공항 지하로 갔다.

라스트오더가 끝난 시간이라 먹을 곳이 없었다. (오후 9:30분)

급히 4층 레스토랑 존으로 갔지만, 사람들이 있긴 한데 주문은 끝났다고 대부분 팻말이 적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문을 여는 곳이 있냐고 질문하니

롯데리아와 쉑쉑버거가 문을 연다고 했다.

이집트에서 살다가 온 일행은 한 번도 안 먹어 본 쉑쉑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를 거의 2년 만에 본 일행은 눈이 똥그래지면서 나에게 멘트를 날렸다.

“언니~ 예전에 코가 오뚝하지 않았어요? 왜 코가 파묻혔지?”

“야~ C, 조용히 해라~”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안식년이라 그런지 암튼 찌긴 쪘다.

우리는 좀 많이 친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로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쉑쉑을 먹겠다는 커플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코가 파묻혔는데 무슨 저녁을 먹겠어?!”

“ㅎㅎㅎㅎㅎㅎㅎ”


“언니 그래도 좀 먹어야죠~”

“그 그 그럴까? 난 사이드 메뉴만 먹을래.”

“왜요? 그냥 같이 먹어요?”

“그 그 그럴까? ㅎ 그럼 난 이거”

이렇게 나의 코는 더 파묻히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11월인데도 여행객이 많다.

요즘은 유럽으로 가려고 중동에서 transit 하는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기내식은 나름 괜찮았다.

아마도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그런지 기분이가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주는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주는 족족 다 먹어치웠다.

비행시간이 9시간이라 기내식이 2번, 간식이 1번 이렇게 나왔다.

탑건 매버릭이라는 영화를 선택해서 봤다.

한글자막은 없었지만, 워낙 액션이 많고 비행기 액션이 많아서 큰 어려움 없이 몰입되어서 보았다.

[짧은 감상평: 톰 쿠르즈 우와!]


온몸을 비틀면서 이코노미석에서 시간을 보내고 도하에 도착했다.

주는 기내식을 내 몸 안으로 다 들이부었더니 온몸이 퉁퉁 부었다. 특히 다리가 빵빵하다.

‘장기간 비행이 왜 이리 힘들지?’

‘예전에도 그랬었나?’

‘혹시 나 아픈 거 아닐까? 왜 이렇게 부었지?’

‘코도 파묻혔다고 하고 ㅠ 살찐 게 아니라 부은 걸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도하에서 3시간을 기다려서 다시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도하공항에서 카이로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한국 언니부대들이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아디다스 티셔츠, 신발, 기타 등등을 꺼내 보이며 대합실이 떠나가듯 자랑하며 이야기했다.

한국말을 알아듣는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한국 대합실에서는 저렇게 크게 떠들지는 않을 건데…

알아듣지 못하는 큰소리는 특히 소음이다.

못 알아듣는 말로 크게 떠들면 장기간 비행에 지쳐 있는 transit 하는 승객들에게는 피로도가 더 상승한다.


카이로행 비행기도 만석이다.

내 앞 좌석에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탄 중동부부가 탔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온갖 브랜드로 옷을 도배하고 손에 이런저런 장신구를 갖추고 있었다.

나름 다정하게 부인을 대해 주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 보니 맥북과 아이패드 박스가 3~4개 담긴 쇼핑가방을 챙겨서 바로 앞에서 내리고 있었다.

앞쪽 게이트로 나가야 하기에 비즈니스클래스를 통과하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포장도 벗겨지지 않은 기내용 담요를 자기 쇼핑백에 황급히 챙겨놓고는 유유히 비행기를 내렸다.

'엥?'

'부자가 더하는 구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명품을 보는 눈이 없어서, 그냥 브랜드만 보면 그게 다 명품이구나 한다.

명품을 걸친 NO명품의 사람!

기억이 생생히 나는 걸 보니 임팩트가 있긴 한 거 같다.

절도의 현장을 내가 목격했는데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런 상황인 거 같았다.


카이로의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는 분이 커플의 지인이기에 편하게 자가용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물론 공항에서 입국비자도 사야 했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세관을 통과했다.

워낙 짐이 많아서인지(이것이 무엇이냐 다 풀어라 등등의 실랑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수월하게 이집션들의 미소를 볼 수 있는 팁을 사용했다.



카이로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

이집트의 첫 번째 느낌은 딱 사진과 같았다. 저 멀리 모스크와 교회가 같이 있고 차들이 간간이 보이는 풍경이다. 이 풍경은 그야말로 공항 초입이었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카이로 시내는 생각보다 엄청 차가 많다.

첫끼는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미나식당 in cairo

밤새 거의 24시간이나 걸린 거 같지만, 시차로 인해 카이로는 낮이었다.

이틀을 걸친 여행이었고 짐도 많았지만, 다 잘 통과하고 무사히 숙소(지인의 집)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놓고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한인 식당으로 갔다. 반찬이 한국보다 더 잘 나온다. 허기진 배속으로 맛있는 두부와 나물들이 마구 들어간다.

그리고, 숙소와 가까운 시내에서 심카드를 충전했다. 그리하여 인터넷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여행지의 초기 세팅이 완성되었다.


발도 붓고, 다리도 퉁퉁 부었지만, 카이로에 잘 도착했다.

준비해 준 나의 방은 엄청 크고 좋았다. 깔끔하게 잘 청소되어 있었다.

11월이지만, 여전히 날씨가 덥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이집트에 왔구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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