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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일단 쓰자

by 보니

시나리오

200%

시즌

핵심메시지

그런 거 없다

A> B

매력=동경심+동질감


글쓰기 클럽에서 글을 쓰기 위해 메모하라고 해서 해 봤는데 몇 개는 생각이 안 났다 ㅠ

내가 가입한 글쓰기클럽(글로다짓기)에서 공저 책이 나왔다. 10명의 초보 작가들이 각각의 스토리를 엮어서 냈다.

나는 거기에 없다. 늦게 가입해서 시기를 놓쳤다.

막상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니 별 생각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난 무슨 생각으로 돈을 내고 책을 쓴다고 했을까?

과연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 책을 누가 읽을까?

책을 쓸 수나 있을까?

공저작가들 부럽다.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글은 쓰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유명한 작가들은 하루에 5시간 이상 글을 쓴다고 했다. (난 유명하고 싶지는 않는데…)

일단 써야 뭔가가 나온다. 생각만 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백퍼 동의하는 말이다.

하루의 루틴으로 글쓰기를 넣어야 할 것 같다. 10분 독서는 시작했는데,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가 여전히 많다.


10년 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나를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그 십 년 후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 중 하나가 PT다. 시작하니 헬스장에 가야 하고 그날 그 시간은 어찌하든지 운동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숨쉬기부터 배웠다.

완전 기본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에 숨 못 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단지, 제 멋대로 편한 대로 숨 쉬고 걸어 다니다 보니, 배는 나오고 목은 굽어있고 어깨는 말려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첫날 30분이 10분처럼 지나가면서 쫙 펴진 나의 어깨를 보고는 뛸 듯이 기뻤다. 어깨만 펴져도 사람이 이렇게 달라 보이나? 내가 이렇게 멋지게 예뻤나?라는 자뻑까지 가게 되었다.

헬스장 코치님이 거의 조물주 급으로 존경스러워 보였다. 물론 운동의 효과는 계속해야 유지된다. 방법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책을 쓰려고 한다. 사각사각 만년필소리가 좋아서 뭔가를 끄적이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도 좋아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책을 쓰려고 할까? 모든 인생에는 스토리가 있다. 나도 꽤나 극적이고 특이한 인생을 살았고 살고 있다. 내 글을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건져갈 것이 있고, 힘을 얻는다면 그것이 내가 책을 쓰는 목적이 될 것이다.


이쯤 해서 서두에 적었던 메모에 대해 설명을 해 보겠다.

시나리오 : 시나리오 작가 이기원이라는 작가를 교회 지인을 통해 추천받았다. 작법에 대해 재미있게 썼다고 해서 브런치를 찾아보니 진짜 재미있었다.

알고 보니 ‘하얀 거탑’의 작가란다. 난 하얀 거탑을 불행하게도 보지 않았다. 당시 전 국민이 다 보았을 정도였다는데 난 뭐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다른 것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 최근 만난 교회 지인의 간증에 나오는 단어이다. 사연은 이렇다.

잘 나가는 한 작가형님이 기가 막힌 작품아이디어가 있다고 만나자고 했단다. 만나기로 한 그날에 연락이 되지 않아 그 형님의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이혼한 지 오래되어 연락 안 한지 오래되었단다.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여 이리저리 도움을 청해 반경 1km 안에 있던 청담동 모텔을 다 뒤졌다. 이생을 달리한 형님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던 그는 몇 달간 술만 먹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다. 꿈에 강력한 빛이 나타났고, 누구냐고 물으니 하나님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 주변에 예수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 강력한 꿈이 무엇을 말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주변 작가 중 자주 술자리에서 술 먹던 누나가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쪽팔리지만 꿈에 대해 물어봤다고 했다. 그 누나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나는 하나님 꿈 한 번만 꾸게 해 달라고 해도 안되던데, 니는 와~!! C”. 그래서 그는 교회에 나가게 되고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했다.


200%: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았던 나는 현재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기도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듣자 최근에 교회에서 친하게 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남들에 비해 인생을 200%로 살아놓고 여전히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야? 난 요즘 남편에게 좋은 아내, 엄마에게 좋은 딸로 그렇게 지내는 것도 멋지다는 생각을 해~’.

내가 살아온 인생을 200%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어 ㅜ


시즌: season. 인생에도 계절과는 조금 다른 시즌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시즌을 지나고 있는지 고민하다가 이 메모를 적어놓았다. 나는 여름인가? 가을인가? 겨울인가? 아니면 환절기인가? 그것도 아니면 휴가 시즌인가? 아무튼 지금은 특별한 시즌임에 틀림없다.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4개월째 보류되다가 다시 안식년 재교육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했다. 난 무슨 복권에 당첨된 것일까? 소속감을 가지게 하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 엄청난 특별시즌임에 틀림이 없다.


핵심메시지: 글을 쓰려면 먼저 핵심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글로 다짓기 최코치도, 브런치 이기원 작가도 같은 말을 했다. 맥락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독자가 이 글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쉽게 알아야 한다. 이 메모는 내가 쓸 책에 대해 주제를 놓고 고민하는 흔적이다. 핵심메시지는 무엇을 해야 하지? 내 책에는 어떤 핵심메시지가 있어야 하지? 고민 중이다.


그런 거 없다: 이기원 작가의 공식으로 배우는 스토리텔링에 나오는 일화인데 너무 재미있고 인상적이어서 적어놓았다. 그의 작가지망생시절에 유명한 작가의 딸인지 손녀인지가 같은 반이었단다. 교수님이 주제를 적어내라고 했을 때 이 여자는 당당하게 이렇게 적었다고 했다. [주제: 그런 거 없다] 읽는 순간 빵 터졌다. 속이 시원해졌다. 때로는 글이 풀리지 않고 나도 내가 무엇을 쓰자고 하는 건지 몰라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글을 많이 쓰는 사람 같지만 아니다.) 난 지금은 연습하는 것이니 브런치에 열심히 연습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쓴다.

오늘의 글에 핵심메시지는 뭐지? 고민 고민한다. 그렇다고 이 글을 언제까지 잡고 있을 수는 없다. 나도 이렇게 속으로 외친다. 주제!! 그런 거 없다!!!


A> B : 주제의 간략공식이라고 이기원작가가 알려주었다. 주제는 이런 것이 저것보다 좋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운동에 대한 책을 쓴다면 운동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좋다는 것을 쓰는 것이다. 기록에 대해 쓴다면 기록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쫘악 펼치는 것이다. 시나리오의 주제도 동일하다고 했다.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로맨스드라마일 거고, 참다 참다 복수해서 속 시원하게 악을 물리치는 것이 액션드라마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시도하는 것이 낫다. 글도 마찬가지다.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 길이다.


매력=동경심+동질감 : 매력은 이런 공식이다. 이것도 이기원 작가의 브런치에서 배운 것이다. 저 사람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너무 잘나고 멋진데, 나랑 좀 비슷한 점이 있을 때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별은 내 가슴에’ 전지현은 잘 나가는 여배우인데 다이어트 잘하다가 치맥을 엄청 맛있게 먹는 모습이나, 속상할 때 만화방에 가서 질질 짜는 모습이 독자(또는 시청자)와 비슷해서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점도 동일한 것 같다. 이런 공식만 봐도 내가 뭔가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전지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은 주인공을 위기에 처하게도 하고 구해내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맛이 글 속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자신의 글 속에서는 자기가 신인 셈이다. 내가 소설을 쓰게 될지 아니면 시나리오를 쓰게 될지 앞날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쓰는 글에는 눈치 보지 말고 나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메모로 이렇게 글을 써보기는 처음인데 해볼 만한 시도인 것 같다.

앞으로도 메모는 짧게 기록하되, 그것으로 내 안의 사고를 풀어내는 연습을 글로 해보아야겠다.

무엇이든 일단 써야 연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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