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선택은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by 보니

기분 좋게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왔다.

운전할 때 갑자기 끼어들어서 잠시 급정거를 했던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집에 오니 주차장 자리도 내 출입구 근처에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따뜻한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와 겨울 옷가지들을 부지런히 벗어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이런! 아까 받은 떡을 차에 두고 왔네!’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둘 것인가? ‘마카롱도 있는데’

순식간에 내 탓이 아닌 다른 외부 원인을 찾아내려는 회로가 도는 것 같았다. 주차장이 어두워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거나 아까 급정거할 때 밑으로 떨어졌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핑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씩 휴대폰도 차에 두고 집에 올 때가 있다.

입에서 탄식의 한숨소리가 나온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생각이 나면 얼마나 좋으랴~

날씨가 추워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약 18년 전에 미국 뉴욕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시골에서 살던 미국 청년들과 마치 수학여행 하듯 워싱턴시티와 뉴욕을 방문했다. 이 시골 청년들은 나보다 더 지하철 탈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일행과 살짝 떨어져 빈자리에 앉았다. 어떤 미국신사가(신사라고 믿고 싶다.) “are you ok?”라고 눈알을 굴리고 있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기세였다. 난 괜찮다고 했다. 저만치서 나의 시골청년 일행들은 처음 타본 지하철을 신기해하며 서 있었다.

뉴욕에서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가보기로 하고 줄을 섰다.

여기가 영화 킹콩의 건물이다. 여기 올라가면 뉴욕이 다 보일 거다 등등의 이야기들을 하며 줄을 섰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미국 시골청년들은 전망대로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있는 것을 몰랐다. 나도 몰랐다. 한 명이 펄쩍 뛰면서 자기는 돈이 없다고 했다. 나도 이래저래 그 청년들에게 약간의 후원을 받아서 왔기에 나의 눈동자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네가 결정해라. 우리는 안 봐도 괜찮다. 너는 여기 오기 쉽지 않으니 너의 결정에 따르겠다. 돈 없는 사람은 두고 가도 되고 너 혼자 올라가도 된다.’

우리 차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나는 나의 즐거움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다.(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개인보다는 관계를 더 중시 여긴다고 했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결국 우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를 코앞에 두고 돌아 나왔다. 그때는 맘만 먹으면 뉴욕을 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살아보니 뉴욕을 마음먹는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의 결정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그 이후 나는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뉴욕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꼭 가야 한다고 했고, 런던 아이도 조카들과 함께 탔다. 잠실의 롯데타워 꼭대기도 엄마와 함께 올라갔다. 통영의 루지와 전망대 케이블카도 부모님과 함께 올라갔다. 군산 선유도의 집라인도 기필코 남의 아들과 함께 (2인 1조로 체험하는 것이라) 타보았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당장에 그것보다는 내가 선택하는 이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오늘도 어떤 선택의 기로에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어디에 있든지 내가 선택하는 것으로 기쁨을 누려보리라.


주차장의 떡과 마카롱은 아무 데도 떨어지지 않고 조수석에 그대로 있었다. 날씨가 추워 자연 냉장고의 역할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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