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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작가의 몸부림

by 보니

주제만 나오면 목차는 식은 죽 먹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목차 제목부터 난관이다. 또 다른 산이 나타났다.

내 책상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내 책의 주제과 관련된 책이 탑을 쌓고 있다. 에세이 책도 탑이 되어 오른쪽 뒤편 책장 빈틈을 자리 잡고 있다. 우아하게 세로로 책이 꽂혀 있는 때는 이미 지났다. 책장 속 책위 공간에 책이 가로로 자리 잡았다.


독자로 책을 고를 때는 책 목차를 살펴본 후에 책을 사야 할지 말지 결정했었다. 이제는 내 책을 쓰려고 보니 다들 어쩜 이리도 목차를 잘 작성했는지 놀랄 따름이다. 집안에 박혀 여러 책의 목차만 쳐다보다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무언가가 막힐 때는 산책을 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던데... 헬스장에 가서 운동이라도 하고 올까.

가슴속에서는 괴로움의 비명이 소리를 지른다. 초보작가가 무슨 베스트셀러 작가인양 괴로워하고 있다. 어쩌자고 이러냐~ 넌 그냥 초보작가라고~! 정신 차려 쫌!!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쓸고 닦고 먼지까지 다 정리했다. 집안 환기를 시키며 나도 분위기를 바꾸어준다. 그래도, 목차를 작성하려고 앉기가 겁난다.

같이 글을 쓰고 있는 알래스카에 있는 동료에게 카톡을 보냈다. 목차를 어찌 작성했는지? 고충은 뭔지? 서로 대화를 했다. 본인은 자신이 잡은 제목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브레인스토밍같이 나도 제목을 떠오르는 데로 작성해서 보내었다. 제목을 정한다기보다는 거의 던지는 느낌이었다. 마구 던졌다. TV프로그램 제목을 패러디해 보기도 했다. 둘이서 카톡으로 채팅하면서 막 웃었다.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다 보니 나에게 해야 할 말을 그녀에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직관적으로 내가 쓸 방향을 보여주는 제목을 정하고, 그 제목을 따라 써내려 가야 하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실컷 웃고 떠들고 나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을 용기가 난다. 다시 목차 작업으로 몰입했다. 일단은 40 꼭지를 써야 한다. 각 꼭지의 내용을 먼저 생각하고 목차를 작성했다. 마음에 안 든다. 이래서 시간이 걸리는구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며칠이 지나서 다시 목차 앞에 앉았다. 내가 작성한 목차를 다시 보니 역시 뭔가 마음에 안 든다. 각 목차별 제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도편지를 쓸 때 일단 초안을 작성하고 카드뉴스로 만들어 보았다. 카드 하나가 단락 하나인 셈이다. 각 단락의 내용에 따라 제목을 붙여 보았다. 이런 식으로 40 꼭지 제목을 완성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황유진 작가는 포스트잇을 사용해 쓴 꼭지별 제목을 유사한 것 끼리 합치고 큰 종이 붙인다고 했다. 나도 그 작업을 해 보았다. 뭔가 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보다 공간도 많이 차지했고, 몸도 움직였다. 좀 더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각 꼭지의 제목을, 단락을 요약하듯 40개를 완성했다. 그리고 주제와 다른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주제와 연결된 제목을 추가했다. 큰 종이에 이리저리 배치해 보았다.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오늘은 무조건 완성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목차를 작성하는 것도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으면 차일피일 미루기 십상이 될 것 같았다. 결국 이 작업을 통해 목차가 완성되었다.


무언가를 공들인다는 말은 거기에 시간을 들인다는 말이다. 목차에도 시간을 들였다. 뭐든 시간을 들이고 고민하면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씨름하다 보니 방법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은 손가락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창의적인 방법을 사용하니 기분도 새로워졌다. 큰 종이에 이리저리 배치되는 작은 메모지를 보니 시각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나만의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나 보다.


P.S: 나의 직관적인 목차는 '글로다짓기' 최주선 코치의 손을 거쳐 놀랍게 변화되어 내 손으로 돌아왔다. 목차를 보는 나는 손뼉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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