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이사하기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원룸에서 아파트로

by 보니

"어떻게 하면 너처럼 이사한 집이 너무 좋다고 고백하며 살 수 있을까? 너처럼 나에게 꼭 맞는 집이 나타나면 좋겠어."

"음... 저처럼 원룸에서 몇 번 이사하게 되면,

지금 사는 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게 될 거예요."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지인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이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처음 이사한다는 말에 현실감 넘치는 나의 이사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이사도 자주 하게 되면 경험과 경력이라는 열매를 만들어 낸다.



벌써 서울생활 한지도 8년이 넘었다. 꽤 큰 결심으로 50이 다 된 나이에 부산에서 살던 임대아파트를 정리하고 오피스텔을 구했다. 나는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다. 1인 가구이다. 서울로 오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현실로 다가온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투덜거림과 짜증이 연거푸 입에서 나왔다. 이사당일 주차비를 따로 받는 매정한 서울인심에 애꿎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거센 경상도 사투리로 짜증을 냈다. 얼떨떨한 중개인은 주차비는 본인이 내겠다고 6,500원을 지불했다.

서울 집값이 두려웠다. 부산에서 살던 집 보증금의 두 배, 월세도 두 배였다. 집 크기는 절반도 안되었다.


처음 구한 오피스텔은 한쪽에는 큰 창문으로만 이루어진 창문벽으로 되어 있고, 수납공간이 한쪽 벽에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창문 쪽으로 긴 책상 같은 데크가 놓여 있는 제법 큰 원룸형 오피스텔이었다. 그때는 이 원룸이 그나마 내가 사는 동네에서 제법 큰 사이즈인 줄 몰랐다. 살다 보니 문제가 드러났다. 북향이라 햇빛이 새벽녘에 천장 귀퉁이로 한 시간 정도 들어왔다. 창문으로 이루어진 벽에서는 외풍이 심하게 들어 추웠다. 뽁뽁이는 이미 창문에 붙어 있었다. 북향의 이점이자 난점은 새벽부터 환하다는 점이다. 큰돈 들여 창문벽에 맞는 커튼도 설치했다. 현관 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고자 압축봉을 사고 암막커튼으로 방풍효과를 갖추었다. 이 오피스텔은 전기패널 난방시설이었다. 조금만 난방을 틀면 전기세가 하늘로 치솟았다. 영하 15도의 서울 한겨울 추위가 그대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침대 위에 방한용 텐트를 펼치고 그 안에서 잤다. 말은 오피스텔인데 살다 보니 텐트 안에 사는 꼴이었다.


오피스텔 월세부담이 커 전세임대를 신청하고 이 집 저 집 안 찾아본 집이 없을 정도로 집을 보러 다녔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정말 별별 집이 다 있었다. 신발장이 복도에 있는 집, 원룸이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좁은 현관을 두고 양쪽에 각각 방이 있는 집, 원룸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한 명만 누우면 꽉 차는 집, 분명 예전에는 베란다였을 것 같은 위치에 방이 있는 집, 방 하나를 쪼개서 두 개로 만든 집, 반지하인지 지하인지 모를 애매한 집 등.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는 마땅한 집이 없거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주차를 못하는 등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겨우 한 집을 찾아 계약하려고 했으나, 계약 전날 집주인이 다른 사람과 계약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비싼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오피스텔에서 2년 반을 살았다.

집주인은 집을 팔았고, 새로운 집주인은 월세를 10만 원 인상한다고 해서 두말 않고 이사 가겠다고 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나 다방, 집방, 네이버 부동산 등 여러 사이트 등을 찾아보게 된다. 다방이나 집방 같은 곳은 사진이 멀쩡해서 전화하면 “아 그 집은 나갔어요”라고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나간 집을 왜 사이트에 올려놓냐고요.


이사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어느 동네에서 집을 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이 킥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2호선에서 허리가 꺾여서 갈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해 보거나, 생전 처음 본 사람과 얼굴을 가까이 대고 몇 정거장을 가야 하는 해프닝을 겪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출퇴근이 삶의 질을 많이 바꾼다.

내가 부담해야 하는 월세에
출퇴근 교통비를 더한 가격으로
직장과 가까운 곳을 구하는 것이 좋다.

'직장이 강남인데요?'.
'그러게요. 왜 많은 회사들이 강남에 있을까요..'


부동산에서는 원하는 동네와 가격대를 말해주면 먼저 살기 힘들면서 내가 제시한 가격대의 집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가격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살기 괜찮아요. 보실래요?'

이미 낚인 것이다. 그렇다. 더 많은 월세를 부담하면 좋은 집이 있다. 좋은 집은 금방 빠진다. 당장 결정해야 한다.

결국 내가 생각한 월세보다 10만 원은 더 비싸야 살만한 집이 나왔다.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도 이사 날짜가 맞아야 거래가 가능하다. 나는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 집은 두 달 후가 이사날짜라면 내 집이 될 수 없다.


자 그러면,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서 계약을 할 때가 된다. 부동산에서는 그 집에 담보가 얼마나 잡혀 있는지 등기부등본을 떼서 보여주어야 한다. 계약 시에는 계약금과 잔금이 명기되어 있는 계약서를 3장 준비해서 부동산, 집주인, 세입자(나)가 동시에 작성을 하고 도장을 찍는다. 월세나 보증금의 조절은 이미 부동산과 합의가 된 상태여야 한다. 집주인 명의자의 신분증 확인도 필수다. 반드시 계약은 명의자 본인과 해야 한다. 부동산 측의 말만 믿고 계약을 해서는 안된다. 부동산은 말 그대로 중개인이지, 그 집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같이 모은 돈을 보증금으로 거는데 그것만 먹고 나르는 돈가스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도 자신이 챙겨 봐야 할 것은 반드시 보아야 한다. 전세 계약이 월세계약으로 둔갑이 될 수도 있고 이중 계약이 될 수도 있다.


계약이 끝난 후 이사 날짜를 정하고 입주를 하게 된다. 그냥 있던 짐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라면, 별 무리 없이 나는 원룸포장이사를 선택한다. 혼자 이사할 정도의 근육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사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오피스텔에서 원룸으로 이사할 때 이사업체에서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짐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사차에 짐이 다 들어가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5만 원만 추가하면 포장이사로 해 주겠다는 말에 포장이사를 신청했다. 업체는 조용하고도 일사불란하게 모든 짐을 순식간에 쌌다. 새 집에서는 큰 짐부터 풀어놓고 정리해 주고 떠난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12시도 되지 않아 모든 이사가 끝났다.


집이 작아지면 테트리스를 잘해야 한다.

이사할 때마다 쓰지 않고 쌓아놓았던 짐,
한번 읽고는 안 보는 책, 옷가지들을 버렸다.
버려야 정리가 잘 된다.

새로 구한 집은 오래된 고시원을 리모델링한 집이었다. 1층에서 5층까지는 독서실 같은 원룸이 복도식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구한 방은 집주인이 사는 젤 위층에 약간 남은 공간을 원룸으로 하나 뺀 집이었다. 한 평 반정도 되는 약간 길쭉한 방에는 조그만 책상과 작은 옷장이 있었다. 원래 쓰던 더블사이즈 침대를 놓고 나니 방 한쪽 구석으로 나 있는 아주 작은 베란다로 나갈 문이 거의 막혔다. 틈이 없어 침대를 밟고 다녔다. 그래도 침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어 깔끔했다. 문제는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내 방 바로 위에는 옥탑방이었는데 한 번씩 파티를 하는지 누워있으면 내 방이 파티장 같은 느낌이었다. 큰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용기를 내서 밤중에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하라고도 했다. 새벽 1시였다.


원룸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 같았다. 위층은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들어왔는지 또 파티가 시작되었다. 참다못해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밤중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이었다.

주차는 또 다른 번거로움이었다. 이중주차를 하고는 나 몰라라 하고 외출을 해 버린다. 나도 마찬가지로 다른 차 앞에 주차한 경우에는 언제 빼 주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결국 몇 번이나 발레파킹같이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가 키를 챙겨서 차를 뺀 적이 있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지붕에서 물이 세기 시작했다. 벽지가 아주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비 온 후 이틀째가 되면 어김없이 젖어있었다. 집주인은 원인을 찾기 위해 사람을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2년 계약으로 들어간 집이었다.

집주인의 개인 사정으로 내가 살던 방에 살기 원하던 집주인은 이참에 계약을 파기하고 나를 내보내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다른 방들을 보여주는 척하더니 결국 딸이 나를 보자고 했다.


“100만 원 드릴 테니 이사 가시는 게 어떠세요?! “

“아!! 그럼 빨리 방을 구해보겠어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사비와 부동산 중개비로 65만 원을 생각했는데 100만 원을 준다니…


그나저나, 1년 반이 지나 또 이사를 해야 했다.

가까운 부동산에 무작정 들어갔다. 주차가 돼야 하고 방이 좀 크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통 원룸주인들은
조용히 혼자 사는 여자를 선호한다.

“아가씨가 집복이 있네. 4년 살다가 고시 합격하고 막 나온 방이 있어요. 혼자 사시죠?”

“네”

“이런 집은 금방 나가~. 내놓기도 전에 임자가 나타났네.”

집 보러 가고 일사천리로 계약했다. 보아하니 집주인이 아들에게 명의를 넘겨준 것 같았다. 부모 잘 만나서 서울에서 건물주가 된 아드님과 계약했다.

소리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원룸이사업체는 이제 내 단골이 되었다. 엘베 없는 2층이었지만 요리조리 나의 원목 옷장을 흠 하나 없이 옮겨주었다. 원룸에 어울리지 않던 어중간한 나의 더블베드는 헌 집에 두고 나왔다. 이번에 구한 집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었다. 방은 커서 옷장 두 개와 책상이 가로로 배치되어도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이 집은 조용하고 살기 좋았다. 이 사각형 원룸 서향집에서 6개월을 살았다. 갑자기 임대아파트에서 입주 순서가 되었다고 연락 왔기 때문이다.


야호! 나 아파트 간다!


임대아파트는 입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모집 기간에 해당서류를 넣고 당첨되면 입주가 가능하다.

운 좋게 예비 입주자가 되었다. 2017년부터 대기했다. 드디어 2022년에 입주순서가 되었다.

6개월 만에 또 이사를 가야 한다. 계약기간을 세입자가 지키지 못했을 경우, 공실로 두면 안되기에 세입자가 다음 입주자를 구해 주던지 아니면 월세를 내야 했다. 다행히 지인의 아들이 마침 방을 구하고 있어 복비를 생략하고 직거래로 다음 세입자를 찾아 준 셈이 되었다. 집주인은 보증금의 일부만 돌려주고 세입자가 들어온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계약기간 전에 이사 가면 보증금 전부를 세입자가 들어온 다음에 준다고 하는데 나는 그나마 반을 받고 나가니 좋은 주인이라고 부동산업자가 말했다. 그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이틀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받았다.


원룸에서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아파트를 방문했다. 초록색 아니 연한 옥색으로 된 나무 창틀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파트의 모든 문이란 문은 다 옥색이었다. 옥색은 아담한 욕실까지 침범해 있었다. 음… 이걸 어떡하지?

반면, 원룸에서 부엌으로 사용했던 것보다 훨씬 큰 베란다가 큰방을 보좌하고 있었다. 입이 찢어졌다. 원룸의 방과 화장실까지 포함한 크기의 큰 방과 거실 겸 부엌, 현관과 신발장, 작은 팬트리 하나, 그리고 작은방, 거기에 조그만 벽장까지!!! 아무리 연식이 오래되었다 해도 아파트는 아파트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 아하아하!!

아파트가 좋으니 아파트 노래가 두 개나 되지 않겠는가?


원룸에는 기본적으로 가구와 가전이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다. 냉장고, 세탁기, TV, 침대, 책상 정도는 포함되어 있다. 이게 내 맘에 들건 안 들건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다르다.

넓은 베란다에는 세탁기 놓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내 취향에 맞는 가구를 사서 넣을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일단 이사날짜를 정하고 단골 이사업체에게 연락했다.

이사 가기 전에 필요한 가구와 가전을
구입하는 신나는 일이 남았다.
입주하기 전에 청소도 해야 한다.


가구를 사려면 새집의 사이즈에 맞아야 한다. 사이즈를 정확히 재고 어디에 가구를 배치할지 그려보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이사이다 보니 제법 정리를 잘했나 보다.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은 옷장하나, 화장대하나 그리고 책과 옷, 이불, 주방물품 이 전부였다. 이번에도 입지 않는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자주 버린다고 해도 여전히 버릴 것이 많다.


정확한 사이즈를 재러 다시 아파트에 갔다.

어머나!! 옥색의 나무창틀이 하얀 최신 새시로 바뀌었다. 문도 모두 흰색으로 페인트 칠 되어 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옥색으로 고민하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모르게 사라지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런데 욕실은 왜 그대로일까??

헌 집인 줄 알았던 집이 새집으로 바뀐 기분이다. 임대아파트에는 새 입주자가 들어갈 때 노후된 시설을 고쳐준다. 도배, 장판, 수전, 레인지후드, 그리고 모든 조명까지 다 새 걸로 교체되어 있었다. 오예!


날짜를 맞추어 가구를 산다고 해도, 이사날짜에 제대로 맞추기는 어려웠다.

이사하기 적어도 한 달 전에 가구와 가전을 주문해야
여유 있게 원하는 날짜에 맞출 수 있다.


가장 급한 냉장고가 먼저 들어와야 했다. 이사하고 3일 후에 냉장고가 도착했다. 냉동실에 있던 음식들은 다 쓰레기통으로 갔다. 아무것도 없는 큰 방에 난민처럼 이불을 깔고 살았다. 하나씩 하나씩 가구가 도착하고 사람 사는 집같이 바뀌어 간다. 침대, 옷장, 책상도 큰 걸로 샀다. 서랍장도 장만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인터넷 설치 시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샀다. 할인이 많이 되어 좋았다.


원룸을 돌아다니다가 들어오게 된 아파트는 심지어 정 남향이다. 중앙난방이라 집도 너무 따뜻하다. 아 햇볕 잘 들고 따뜻한 집이 이렇게 행복을 가져다준단 말인가? 이중창으로 새롭게 달린 하얀 새시는 문만 닫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된다. 넓디넓은 방은 웬 호사란 말이냐? 다리를 쭉 펴고 손을 양팔로 벌려도 되는 큰 베란다까지 너무 감사하다.


나처럼 원룸생활을 하다가 아파트로 오게 되면 날마다 집이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아파트에서 편하게 3년이 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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