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운동 잘하시면 평생 휠체어 탈 일은 없습니다. 하체 운동 하셔야죠.”
자신만만한 헬스코치의 지도아래 PT를 받았다.
그날따라 중량에 유독 욕심을 내는 코치는 점점 중량을 올렸다.
‘100kg까지 하실 수 있습니다.’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65kg까지 백스쿼트 했다. 코치는 좀 더 중량을 늘려보자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디서 튼튼한 가죽 허리띠를 가져와서 가느다란 나의 허리에 꼭 맞게 채웠다.
그리고 5kg를 더 올렸다.
참고로 나는 몸무게 52kg인 만 53세다.
90kg까지 성공한 사람이 두 명이 있다고 코치가 말했다. 한 명은 55kg의 33세 여자, 한 명은 94kg의 여자.
나는 코치의 지도아래 70kg인지 75kg인지를 어깨에 메고 3번의 백스쿼트를 완성했다.
한 번만 더 해 보자고 했다.
겨우 겨우 숨을 내쉬고 복근과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두 번,, 마지막!!!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윽!!
아이고, 이렇게 벌떡 일어나시면 안돼요.
허리에 묵직한 느낌이 새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날 코치는 놀라서 나를 초주검이 될 정도까지 허리근육을 풀어주었다. 엉덩이 근육도 풀었다. 무슨 연고도 발라주었다. 사실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몰랐다.
평소 운동을 마치고 나면 솟아나는 기운으로 활기차게 집까지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날은 활기차게 걷지는 못했다.
집으로 어찌어찌 돌아와 샤워하고는 책상 앞에 잠시 앉았다. 10분 정도 앉았을까? 일어날 수 없었다.
진짜 아프기 시작했다. 코치는 아프면 연락하라고 했지만, 괜히 나 때문에 신경 쓰일까 봐 연락 못했다. 밤새 끙끙대며 겨우 뒤척거리며 선잠을 잤다.
다음 날 12시쯤 문자를 보냈다. 많이 아프다고 연락했다.
코치는 놀라서 몇 번이나 전화했다. 몇 시에 올 수 있느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라도 받아라 등등
병원 가서 신경주사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디스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근육통이었다.
허리가 아파 계획했던 몇 가지 일을 뒤로 미루어야 했다. 홀로 계신 엄마를 돌보러 통영 가는 일정도 조용히 미뤘다. 글쓰기도 미루었다. 허리가 아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유튜브나 쳐다보는 정도만 할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도 통증이 있어, 똑바로 서거나, 마음 편히 걷지를 못할 정도이다.
이쯤 되니 슬슬 코치가 원망스러워졌다. 이 코치의 멱살을 잡아야 하나? 아버지 장례식장에도 찾아왔던 코치를 뭐라고 면박주기도 뭐 하고…
예수 믿는 사람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과 함께 기도하게 되었다.
허리가 아프면서, 새삼 허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제 역할을 잘하니 별 생각이 없었다.
허리가 아프니,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누워있어도 조금씩은 움직이는 것이 우리 몸이다. 자그마한 움직임도 통증이 걱정되어 조심스레 움직여야 하니 불편하다.
한편으로 참새 한 마리도 그냥 땅에 떨어지는 일이 없다는 성경말씀도 생각이 났다. (마 10:29) 왜 나에게 이런 일을 허락하셨을까?
주로 내가 하는 일을 생각해 보니 몸으로 치면 허리의 역할이었다. 총무와 같은 역할이다. 누군가의 필요를 돕고 전제 일정이 잘 돌아가도록 정보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교회의 행정간사도 이와 같은 일이다. 주보를 만들고, 예배를 위해 ppt를 만들고 교회예배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사람들에게 순서를 알려주고, 교회 재정을 관리하여 기록하는 등의 일을 한다. 이런 일은 사실 눈에 띄지 않는다. 설교를 한다거나 찬양인도를 하는 것과는 다른 부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일을 다했다고 칭찬해 주는 일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활하게 예배가 잘 흘러 가도록 돕는 일인 것이다.
나는 뭔가 눈에 띄고, 칭찬받고, 영광 받고 싶었다. 그런 일이 의미 있는 일이고, 도전할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다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하는 일이라 여겼다. (설거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더러워진 그릇을 처리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아마도 나의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을 하찮게 여겼던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니, 허리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리가 아프니 온몸이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게 좋아도 허리가 제 구실을 못하면 기어 다닐 수밖에 없다. 눈에 띄거나 하챦게 보이는 일도 사실은 엄청 중요한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도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기쁜 일도 마찬가지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코치가 욕심을 안 내었더라면, 내가 그때 무리하게 벌떡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그만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 때문에 며칠이 다 날아갔어. 아무것도 못하고 이게 뭐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이 일이 일어남으로 인해 허리의 역할을 더 깨닫게 되고, 내가 하는 일까지 생각이 미치며, 나의 자존감을 일으키는 생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운 사건을 만나도 분명히 거기에는 경험치라는 선물이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재앙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바뀐다는 말이다.
나의 허리사건도 그냥 해프닝이 아니라 경험치의 축척이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