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보내는 위로(글로다짓기)
아버지로 인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3년 전 쓰러지시고 병원 입원 이후, 폭풍 같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글로 뱉어내었다.
아버지 가시고 나니, 내 감정 다스리려고 쓴 아버지 관한 글을 생각하며 부끄러웠다.
감정도 다 살아있을 때 해당되는 말이었다.
일주일간, 우리에게 장례준비를 위한 시간을 주신 아버지.
1년 전에 안경이 시급하다며 졸라서 다초점을 안경을 해 드렸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일이 너무 다행이다 싶다.
30만 원이 들었던 안경이지만, 해 드리지 않았다면. 그게 뭐라고 하면서 더 힘들 뻔했다.
살아계실 때는 그렇게 단점만 입에 올렸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 사진을 찾고 있다.
아버지를 바다에 뿌렸다. 그 바다에 뿌리고 돌아서는데, 아버지가 배를 빌려 우리 가족을 바다에 데리고 갔던 일이 떠올랐다.
속옷바람으로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 홍합을 따 오셨더랬다. 왜 이게 이제야 생각이 날까?
아버지는 말이 거치셨는데, 말과는 다르게 우리 가족을 사랑하셨던 것 같다. 그걸 이제야 알게 된다.
장례식 때는 많은 손님이 왔다. 예배도 드릴 수 있었다.
발인예배 때는 아버지가 천국에 가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남긴 재산 하나 없지만, 이것만큼 좋은 선물이 없구나 싶었다.
재산 남겨서 형제들끼리 싸움이나 하지 뭐가 필요하겠는가? 어차피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날씨도 너무 좋았다. 3일장이 목, 금, 토였고 금요일은 공휴일이었다. 아버지 가시는 길은 모든 것이 감사했다.
미처 소식을 전하지 못한 분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글쓰기 클럽인 글로다짓기 라이팅 코치에게 지나간 부고소식을 전하며 오늘 수업에 참석 못하겠다고 했다.
슬픈 소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며 늦은 부고를 대신 알려주었다. ‘우리 같이 하는 문우이시니’라는 말과 함께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고 글을 띄웠다.
온라인으로만 만난 사이인데도, 얼굴을 딱 한 번만 본 사이도 있는데, 부의금을 보내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같이 하는 문우’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따뜻해졌다. 그래,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 문우들!
출간작가는 아직 아니지만, 작가로서 글 쓰며 서로 삶을 나누었던 시간들이 있다. 하루 일과를 나누고 메시지를 뽑아 보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었다. 글을 쓰면서 서로 돌아보고 알아가고 있었다.
슬픔을 위로해 주는 문우들이 있어서 나의 슬픔이 견딜 만하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다.
작가님들의 따뜻한 위로에 다시 글 쓸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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