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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봄철엔 산불조심, 썸씽엔 고백조심

[2nd Book_당신을 위한 필사책]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by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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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과 프로포즈의 차이점은 '호불호'다.

프로포즈는 서로 사랑을 확인한 상황에서 한 번 더 '확인사살(?)'하는 것이지만,

고백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뭐라도 시작하고 싶어'서 용기를 꺼낸 것이다.

당연히 고백이 더 힘든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 '고백'은 환영받지 못한다.

주로 고백을 '받는 쪽'에서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만남을 이어갈 뿐인데 상대가 느닷없이 진지해지면 '부담'스럽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스트레스'나 풀고 싶었을 뿐인데, 자주 만나자니 '부담'스럽고,

더 가깝고, 더 진하고, 더 깊은 '관계'가 되자고 하니, 이 역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백을 '하는 쪽'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왜냐면 '거절' 당할 것이 부담..아니 두렵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에도 있잖은가.

'친구'가 부릅니다.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


그리고 고백을 하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무거운 짐을 견뎌야 하는지

고백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거움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저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니 부담없이 시작해봅시다..라고

가볍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맘처럼 쉽게 되지 않아 '마음의 짐'이 되곤 한다.

이것은 '사랑'이란 감정이 '불타오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불을 피울 때는 무진 애를 먹이다가

한 번 불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무섭게 주위의 모든 것을 태워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랑의 감정도 딱 그와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백을 '실패'한 적이 있다면, 자신의 불타오르는 감정이 상대를 당혹스럽게 할까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기에 '상처'는 줄 수 없다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면 '고백'을 자꾸 미루게 되고 더 완벽하고, 더 적절한 타이밍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마음의 짐'이 더는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아무런 준비가 되지 못한 상대에게 무작정 다가가 '고백'을 하게 된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내 마음에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감정이 LA산불이 되었노라고 말이다.

영서지방에 촉촉한 봄비를 뿌리던 비구름이 '태백산맥'을 만나 점점 기온이 상승하더니

태백산맥 꼭대기를 통과해 영동지방에 도착했을 때에는 고온건조해져서 강원도산불로 번져버려...쿨럭

이른바 '푄 현상'과 같은 일이 서툰 고백을 하는 사람의 마음과 같다.

저 혼자만 뜨거워져서 상대를 '무미건조'하게 만들어, 끝내 '산불조심'과 같이 '고백조심'을 하게 만드는...

고백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고백의 짐이 너무 무거워 저혼자서 불타오르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조금쯤 '사랑의 열병'을 식힐 수 있도록, '세련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촉촉한 단비를 뿌려주길 바란다.

정녕 '받기 싫은 고백'이라면 찬물을 퍼부어서 정신 차리게 해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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