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회 무관심...대학생은 아직도 “안녕들하십니다"

가장 개인적인 저널리즘 (5) 기획 기사

by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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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인권복지국에서 일하는 윤 씨(22)는 올해 5.18 광주역사기행 참여 인원이 미달돼 행사 취소 공지를 올려야 했다. 아쉬운대로 인스타그램 참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5.18km를 움직인 운동 기록을 올리거나 ‘오일팔’로 3행시를 지으면 커피 쿠폰 1만원권을 주는 행사였다. 그조차도 선정 인원에 미치지 못해 참여자 14명 모두가 상품을 받아 갔다. 2021년 서울 소재 20개 대학 중 선거를 통해 총학생회를 세운 대학은 8곳에 불과했다. 그중 투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한 대학이 4곳, 출마자가 없어 선거가 성립되지 못한 대학이 8곳에 이르렀다.

스크린샷 2025-07-04 155954.png ▲작년 ‘5.18 역사기행’에 참여한 고려대학교 학생 9명이 추모탑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고대신문]

대학 밖의 선거 투표율을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08년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25%를 웃도는 수준으로 현저히 낮았지만, 2017년 대선에서 76.2%로 급격히 상승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20대 투표율은 76.1%에 육박했다.


유독 학생 사회에서 참여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정 씨(21)는 대학생이 두는 관심의 초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 학생 사회는 민주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이젠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각자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 2021년 12월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서 20대 1000명에게 ‘정치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내용’을 물었다. 응답자의 41.9%가 ‘기후, 코로나, 젠더, 취업 등 특정 주제와 관련된 정책’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선택지에는 정치 활동, 정당 등이 있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로 꼭 총학생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 주력한다. 2010년대까지도 운동권을 표방하는 학생회가 많았으나, 몇만 명을 대표하는 학생회가 정치적 사안의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학생들 내에서도 가치관이 갈리다 보니 학생 사회의 결집력은 떨어졌다.


윤 씨는 학생 사회가 약해진 원인으로 지배적인 능력주의를 꼽는다.“대학이라는 환경 자체가, 이상을 추구하고 ‘자유⸳정의⸳진리’를 좇기보다는 스펙을 쌓는 장소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체감하지 못해요. ‘나에게 도움 되는 활동’만 하게 되는 거죠.” 윤 씨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혼자 생활하는 일이 늘어나 개인주의가 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정윤석 씨(27)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였다. 학생 사회의 위기란 시대에 상관없이 안고가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70, 80년대 문헌을 보면 단과대 학생회에 한해서는 ‘선거가 늘 단선이고 투표율도 저조해 위기다’라고 나와요. 학생 사회에 참여가 저조한 건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전제로 깔고 가야되는 거예요.” 그는 학생 사회가 운동권의 성격을 잃어버리면서 학생 자치의 동력도 주춤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총학생회에 중립을 요구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정치적 행위인 총학생회가 중립을 지키려는 건 모순”이라며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크린샷 2025-07-04 160004.png ▲한 대학생 단체에서 농촌활동 기획단을 추가 모집하는 포스터가 고려대학교 벽보에 붙어 있다.

학생사회의 고질적인 침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 씨는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에게 학생회장은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직이라기보다 봉사직에 가깝다. 10대 시절 누군가 자신을 대표해 집단의 이익을 실현해준다는 인식을 가져본 적 없는 채로 대학생이 된다. 그런 20대가 총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갑자기 인식이 변할 리는 전무하다. 국어⸳영어⸳수학에 지나치게 치중된 현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정치와 법’ 과목을 단 5%(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결과)만 선택하도록 둘 게 아니라 성인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 모두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사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학생회는 시민 단체의 성격이 강하다. 그 배후에는 제도적 기반이 있다. 학생 대표성을 대학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보장하며, 정규직을 통해 부원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준다. 학생회비를 학교가 관리하며 학생회와 의견이 갈릴 때마다 예산을 볼모로 잡고, 학생회가 소수의 희생으로 운영되는 한국 대학과는 대조적이다. 목소리가 하나씩 줄어드는 우리의 학생사회는 더 이상 ‘방향성’을 논하지 않는다. 새내기새로배움터와 대동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 논의로도 회의가 꽉 찬다. 학생 사회는 과거 거대 정치 의제 앞에서 사회적 공론장으로 기능했다. 의제의 성격이 달라지고 의견이 갈라지는 지금, 학생 사회에서도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이 보인다. 학보사와 학생 임원들로 구성되어 학생 사회의 미래를 논하는 컨퍼런스가 개최되기도 한다. 윤 씨는 “내가 누리는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이 없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고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본다면 학생 사회의 참여가 늘어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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