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을이 익어간다(4)
4. 빈 들에 선 엄마의 기도
가을길 오가느라
발바닥 불이 꺼질 틈 없습니다
익은 곡식 거두어
출산한 며늘아기 건강한 음식 해 보내고
신난 우리 아들 주머니 두둑하게 보내야는데
마를 날 별로 없는
여름 장마부터 이어진 가을비
발바닥에 저벅저벅 야속함이 밟힙니다
새빨갛게 오른 구기자 잘 팔아
고마운 우리 사위 어깨 구부러질까 채워주고
병실에서 죽음과 맞닿아 보기만 하면 눈물 쏟는 시어머니, 건강 음료라도 사들고 가야 하는데
그리움만큼 보기 힘든
해 없는 궂은 가을 날씨에
곧게 펴고 설틈 없는 굽이굽이 근심을 짊어집니다
오가는 가을길 곳곳
투둑투둑 밟고 지날 때
시퍼렇게 터져 밟힌 은행 알이
꼭 내 인생인 것 같아 조금은 서글픕니다
두 무릎 연골
나이 60 되기도 전에 닳아 없을 만큼
인생을 녹여가며 사계절 온종일 서 있었는데
풀어 나누어 줄 것 없는 빈 들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발목 끝에 차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빈 들에서
생색과 원망을 넘어
눈물 위에 화관을 씌우고
사명의 새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빈 들에서
남은 것에 감사하고
남겨진 것들에 기뻐하며
남았더라의 새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내.. 가..
남았습니다
아들, 딸...
아들 딸의 아들들..
그리고
어머니, 가족들...
남겨졌습니다
그래서..
노래합니다
내 인생의 사명이 남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