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을이 익어간다(5)

5. 빈 자리

by 사랑의 빛


기억하시나요?

당신이 있던 자리


설익은 새벽

새벽이슬을 배웅하며

내 집, 옆집, 앞마당까지 오가던 빗자루 길


기억하고 계신가요~?

당신이 머물던 자리

무르익은 들판

해님 손 마주 잡고

불편한 몸 모자랄까 분주하던 고랑 길



보이시나요?

당신이 놓고 간 자리


못다 핀 들꽃의 미안함이 흔들리듯

돌려드릴 아빠를 잃어버린 두 아이

사랑이 목마른 성장 길


보고 계신가요?

당신이 남기고 간 자리


맺힌 사랑만 빈 메아리로 울릴 뿐

의지할 것 없는 젊은 미망인

웃음이 배고픈 인생길



당신이 머물렀던 자리마다

고된 하루살이 가지가 무성합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자리에

살지 못한 설움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미안함 하나

보고픔 두울

그리움 세엣

고단함 네엣

쓸쓸함 다섯


상실의 빈 마당 위에

엄마의 가을이 익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