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을이 익어간다(6)
6. 신비의 계절
신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둠을 가르며
새벽을 뒤흔드는 엄마의 수고가 서린 들판.
씨 뿌린 적 없는 잡초
돌보지 않은 이름 모를 들풀까지
열매와 함께 엄마의 논밭을 장식한다.
밤 잠을 설치며 추수할 날만 고대했건만
한 해는 비바람 갈라진 태풍이 곡식을 삼키고
한 해는 뙤약볕 내려앉은 가뭄이 열매를 짓이겼고
한 해는 약 없는 긴 세월 녹아내린 건강에 떠내려갔다
힘과 노력이면
안 될 것이 없을 것처럼 호기롭게 씨를 뿌렸지만
닿지 않는 자연의 섭리가 엄마의 걸음을 멈춘다.
가을..
추고마비..
아주 좋은 가을 날씨를 일컫지만
엄마의 시간표에 맞춰지지 않는다.
가을..
천고마비..
말이 살찌는 계절일만큼 풍성한 계절이지만
엄마의 곳간이 풍요롭지는 못하다.
가을..
고진감래..
씨 뿌리는 쓴맛이 다하면 즐거움이 올 것 같지만
열매의 기쁨이 엄마에게 보장되지는 않는다.
엄마의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이 신비롭다.
매일 좋은 날씨가 아니어도
창조 질서를 배우며 인생을 맞춰간다.
소산의 복은 크지 않더라도
영혼의 때를 준비하는 오늘이 풍요롭다.
도대체 언제 즘일까 막막해도
나누어 줄 것 있는 인생의 감사로 기쁘다.
나는
엄마의 가을이 익어가는 오늘
인생의 신비로운 계절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