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의 빛 Oct 11. 2023

스무살 내가 소년원에 간 이유

3. 500원 구구콘과 맞바뀐 소년원

나는 처음 들어간 소년원.
그래서 내 포지션은 당연히 보조교사였다.

하지만
같은 방에 들어오기로 하신 선생님 한 분이

오시지 못한다는 연락에
갑자기 담임교사로 변경되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갑작스러운 상황에 멘털이 나갔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 했다.
또이또이!!

3박 4일..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놀러 간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정신 붙잡고
식당을 오가는 입소생들을 보고 있었다.

"하나님이 너 만드실 때 재료가 부족하셨나 봐"
"하나님이 너 만들다 잠깐 졸으셨나 봐"

대학 동기가 농담으로 던진 말이다.

그렇게 말할 만큼 내 키가 작다.
여자 중에서는 물론이요
요즘으로 보면 초등학교 3~4학년로 보일 정도...



그 당시 소년원 입소생 중에 나만큼이나
작아도 너무 작아 유난히 눈에 띄는 친구가 한 명 보였다.

그 친구가 지나갈 때
옆에 계신 선생님이 알려 주신 내용이 충격이었다.

구구크러스트 콘,
당시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콘 하나 훔쳐 먹고
소년원에 들어왔단다.

??????????????
잘못 들었나?? 싶어 몇 번을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겨우 500원짜리 콘 한 개 훔쳐 먹었다고 소년원에 왔다니...'
'그 정도는 슈퍼 사장님이 아이 미래를 생각해 그냥 눈감아 주시면 됐을 일 아닌가.....'
'그렇다고 고발까지 하시나.....'
생각했다.

납득 안된 내 표정을 보신 선생님이 덧붙여 주셨다.

"그게 한 번, 처음이었으면 그러셨겠나"
"수도 없이 도둑질을 한 데다, 부모님도 돈 없다고 합의를 안 해주시고 법대로 해라! 그래서 들어온 아이"

그랬다.
한두 번이었으면 아무리 인심 야박해도 14세 어린아이를 소년원 보내자 했을까....

힘없고 약하니..
또래 사이에서 빵 셔틀도 당했을 테고..
허구한 날 속 썩이는 아들놈..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치다꺼리도 하루 이틀... 부모라고 쉬웠을까.....

눈앞에서 눈치 보며 지나가는 그 친구 모습이
마음 옷걸이에 걸려 아른거린 날이다.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내 생각....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사정도

그렇게 밖에 못하신 부모님 마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부모는...
땡 빚을 내서라도...
그 아이의 소년원 행은 막아줬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스크림 훔쳐 먹고 잡혀서
부모 얼굴 먹칠하고
동네방네 얼굴 못 들게 망신살 뻗쳐

쪽팔리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속상해도

부모니까..
내 새끼니까..

술 마시고 몽둥이로 매질하기 전에
맨 정신에 끌어안고 내 아들아 울며
그래도 너 내 아들이다 해줬어야 한다.

문제아는 없다.
문제 어른, 문제 부모만 있다.

작가의 이전글 스무살 내가 소년원에 간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