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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Oct 17. 2023

스무살 내가 소년원에 간 이유

4. 입 다물어라


소년원의 공기는 차갑다.


철창 밖, 8월 초는

30도를 넘나드는 여름 날씨로

시멘트 바닥을 푹푹 쪄내 갈라질 만큼 더운 날이다.


그러나 소년원 안은 가히 남극 어느 얼음판의 공기를 가둬 놓은 것처럼 춥다.


무겁게 갇힌 공기를 들이마쉬는 소년원생들에게

며칠 있으면 나갈 겨우 4일짜리 선생님은

그야말로 갓잖은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난쟁이 똥자루

(중학교 때 짓궂은 남자 동급생이 부르던 그 녀석만의 내 별명...-.-)만 한 나는 더더욱 우스워 보였겠지..


하지만 나는

똑같은 얼굴과 눈빛으로

숨소리조차 차가운 원생들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절대 피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고

절대 외면하지 않고

먼저 손잡고 웃는 얼굴 들이밀며 인사했다.




역시가 역시..

사람은 진심이면 통한다.


내 담당(?)이 된 세 명의 원생들이 나를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을 열어 주었다.


밖의 이야기도 물어보고

남자 친구 있나, 몇 살이냐(절대 제 나이를 말하면 안 된다), 흔한 연애, 사람 이야기를 소소하게 꺼다.


성경 공부 시간엔

한 손바닥을 개어 고개를 처박던 원생들이

기도 손을 보여주며 모아 붙여 권하는 마음과 손짓에

힘없는 척 기도하는 자세를 취해 주었다.


저녁 집회시간에는

(- 소년원에서의 저녁 시간은 4일 동안 매일매일 목숨을 건 하이라이트 -)

무릎과 손등에 떨어지는 더러운 내 눈물ㆍ콧물도 쓱쓱 문지르며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방으로 들어갔더니 분위기가 얼음이다.


방장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선임(?) 선생님이 사정ㆍ사정하며 묻자,

한 원생이 대답하려고 인사 한마디 하는 순간

방 끝에서 삐딱하게 누워 있던 방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마디 한다.


"입 다물어라"


첫 대면ㆍ하루를 마무리하고 나간 그 이후, 밤 사이

0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있나..


몰래 몰래~

묻고 또 묻고~ 들어보니


예배 시간에 꿈쩍하지 말고

선생들이랑 실실 쪼개지 말아라! 한 방장 말 안 듣고

심부름 시킨대로 안 해서.. 사단이 났단다.


1분 1초가 금보다 귀한 시간,

하루 온종일 꽁꽁 얼어붙어 있는 원생들 마음 녹이느라

인생에 받은 사랑, 가슴 끝에서부터 끌어 모았는데..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런다고 포기할 줄 알고??

더 열심히 쌩까봐라..

사랑이 이긴다.


아들!!

난 사랑하기 위해 소년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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