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 사랑의 빛 -
탄탄치 못한 아내의 자리
고르지 못한 며느리의 때
곧게 뻗은 엄마의 사명으로 뿌리내리며
곧게 자란 자녀가지로 갈라냈다
아픈 아들 기대의 방향 잎이 어긋나고
앞서간 남편 사랑의 꽃잎이 나선상으로 말려도
불혹 미망인의 굳은 의지가
때를 따라 성숙한 삭과 자녀를 열매 맺고
긴 솜털 달린 손주 종자까지 보았다
이제
털을 모아 사랑 솜을 만들고
종자를 아끼며 정성 기름을 짠다
목화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란다.
꽃말을 알고 다시 보니
목화가 엄마를 참 많이 닮은 식물처럼 보인다.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렇지만 목화가 지닌 은은한 존재의 아름다움.
기품 있는 그 매력이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게 한다.
엄마도 그렇다.
자신의 이름으로 살았더라면
조금 더 화려하게 사셨을까?
이름은 묻었다.
종종 이젠 제법 자주 드나드는 병원에서 불린다.
오래된 핸드폰을 새로 계약하는 가게에서 불린다.
이름 대신 "00 엄마"가 더 익숙해진지
40년이 훌쩍 지났다.
성숙한 삭과로
따듯한 솜과 비싼 기름을 짜내는 목화처럼
두 자녀를 위해
인생의 사명인 엄마의 날들로
자기 자신을 성숙한 삭과로 만들어내고
솜과 기름을 짜내며 아낌없이 자신을 녹여낸다.
우리 집 작은 장롱에는
켜켜이 이불 몇 채가 정리되어 있다.
내가 산 이불은 하나도 없다.
신혼 때부터 결혼 12년이 지나는 올 겨울까지
이불이 해질 때 즘 엄마는 이불을 한 채씩 해주셨다.
그중 12년이 지나도 못 버리는 이불 한채.
엄마가 결혼할 때 사주신 목화솜이불.
값비싼 이불도 십 년이 지나니 솜이 죽었다.
그래도 그 이불을 덮으며 생각하는 엄마의 사랑이 따듯해서 좋다.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목화솜이불 한채 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