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편의점에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을까?
기본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은 간편식부터 문구류, 약품까지 대부분 구비된 곳이 편의점이다.
각양각색의 일들이 수없이 오가는 게 인생이지만 진짜 웬만한 일들은 모두 구비된 인생.
그렇다면 왜,
남들은 백세 시대에 많으면 두, 세 번 있을 법한
힘든 일들이 그렇게 수도 없이 많았던 걸까?
"너나 살아"
"그냥 너네만 살아"
결혼 후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무렵,
젊은 날 미망인이 되어 홀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몸도 마음도 쇠잔해진 친정어머니
해도 해도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시댁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녹록지 않은 무게를 알게 되신 어느 지인이 내게 건네온 한 마디다.
왜.. 나라고..
나만 살고 싶지 않았을까..
나라도 살아야 한다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심플한 한 마디가 말처럼 그리 쉽게 살아지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20대 이후 간경화를 않고 계셨다.
그래도 마흔 다 되도록 10여 년 넘게 더 이상 진행이 안되어 의사가 신기해할 정도였다.
찝찝하긴 해도 크게 불안하거나 염려하진 않았다.
돌아가시기 일 년 전 비장 파열 수술 이후
비장 수술만 다시 받으면 사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
그렇게 아빠는
두 발로 걸어 들어간 수술실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하얀 가운데 덮여 나왔다.
어느 누구도 예상 못 했다.
우리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의료사고로 남편, 아빠, 형제, 아들을 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사람이 되었다.
남편 보낸 젊은 미망인은 마음 둘 곳이 없다.
숨만 쉬고 있어도 힘든데
술 마시고 쓰러졌다는 아들의 소식이 밤낮없이 들려오던 때..
그나마도 말할 곳 없는 우리 엄마는
우울증 때문에 오는 경계성 치매 단계까지 올라가고
안부 전화와 함께
날마다 나에게 응어리를 쏟아내곤 하셨다.
이렇듯 내 원 가정은
싸매지 못한 얼룩진 상처들이
아무리 세월로 새 옷을 갈아입고 덮어도
덕지덕지 묻어난다.
아빠 4형제 중 나이 50을 못 넘기고 두 분이
하늘 집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남겨진 엄마는 미망인의 쓰라린 인생길을
생계 터전에 비벼 누워 겨우겨우 살아가고
결혼해 짝이 곁에 있으면 좀 나아질까 했던 동생도
아픈 일상이 여전하다.
결혼하면 건강해진다 했다.
그런데 약한 몸이 결혼 후 진짜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복중에 품은 생명을 수도 없이 놓치고
만출하면 끝이다 싶었는데
내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불쌍한 우리 신랑..
나란 여자 만나 인생 제대로 꼬였다.
진짜 별별 일을 다 겪으며 살아내느라 수고가 많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생 진열대가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이미
없는 것 없이 제대로 다 있는데
고난 물품은 그만 좀 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