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글쓰기 2기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은 그때 그 순간 :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
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1월, 어느 날. 나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술만 하면 괜찮다고 했으니까 수술받고 나오시면 되는 거지 뭐'
유난히 불안해했던 엄마와 달리,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20대 초반. 어려서였을까?
차가운 수술실에 아빠를 들여보내고
걱정에 휩싸여 불안해할 엄마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나는,
수술실 들어가는 아빠를 배웅하지 못했고,
엄마 곁을 더 빨리 지키지 못했다.
아빠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수술에 들어가셨고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병원에 늦게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붕 끝 고드름처럼 내 마음은 날이 서 있었다.
그 순간
아빠가 비장 수술 후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 진동 소리가 차가운 방바닥을 정신없이 두드렸다.
핸드폰 액정에 뜬 "엄마"를 본 순간,
심장이 곧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불안한 느낌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끊어진다.
엄마가 삼켜지지 않는 눈물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가..... 아가......"
"아빠..... 어떡하니............
아빠......... 어떡해........"
멎는 숨, 터지는 울음 사이로 들려온 엄마의 몇 마디..
다 설명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분명히 수술 당일 밤 전화에서는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장기 내 출혈이 발견되어 응급으로 재수술에 들어가야 한단다.
"왜....? 왜 갑자기?? 수술 잘 됐다고 했었잖아"
하늘이 눈을 감았다.
물을 먹은 듯 귀가 멍했다.
급하게 재수술 들어가야 한다는 소식을 어렵게 전한 엄마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워 삼킬 틈도 없이 울기 시작했다.
"살려내!! 살려내라고!! 엄마가 하라고 했잖아!! 아빠가 안 한다고 했는데 엄마가 하라고 한 거잖아.. 아빠 살려내..... 살려내......."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하고 전해 듣기만 한 나는
붙잡지 못한 불안한 마음으로 모든 원망을 엄마에게 토해내고 있었다.
마지막임을 직감했던 걸까....
다시는 따듯한 아빠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까....
나는 끓는 울음과 울분을 담은 목소리로 엄마에게 모든 탓을 돌렸다.
꺼이... 꺼이..... 우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되돌릴 수 있다면
될 수 있다면
그날을 도려내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의 나를 도려내버리고 싶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날의 엄마에게 다시 말해주고 싶다.
"울지 말아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
"인생은 사명따라 왔다가 사명 따라 가는 거니까..."
"아빠 얼굴도 모르고 살뻔했는데..
나한테 기억할 수 있는 아빠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부를 수 있는 아빠를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20년 동안 추억할 수 있는 아빠를
포기하지 않아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엄마..."
"괜찮을 거예요 엄마...."
그리고..
그날의 나를 용서해주고 싶다.
내 탓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라고...
아빠 곁을 지키지 못한 나..... 때문이 아니라고..
나는 아직..
그날의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