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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Apr 11. 2024

불안한 엄마의 아들 양육기

성장하는 글쓰기_2기

나는
불안을 안고
태어났다


우리 엄마는 매일 불안했다.

아빠는, 친구 만나러 간다며 나가면 새벽이슬 내릴 때가 되어서야 '곤드레만드레' 만취 상태로 들어왔단다.


아무리 한적한 시골이라도

음주 상태의 오토바이 운전은 사망의 지름길이었다.


한 동네 사는 유일한 친구는

아빠에게 유일한 숨구멍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엄마에게는 그야말로

'원수 같은 놈'이었다.


나를 임신해 있던 시기에도 아빠의 음주 생활은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단다.


그러니..

우리 엄마.. 마음 편할 날이 있었겠는가...


덕분에..

복중에 있던 나에게도 극도의 불안과 깊은 근심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나 보다.


땅바닥에 내려놓지를 못하고 키우셨단다.

실제로 낮잠 든 지 10여 분도 안되어 벌떡 일어나서

"엄~~~~~~~~~~~ 마~~~~~~~~~~"

"아~~~~~~~~~~~ 빠~~~~~~~~~~"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댄 탓에

밭 일 중이던 우리 아빠,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오신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나의 불안이
대물림 되었다


나에게 첫째 아이는 금쪽 중에 금쪽이다.

첫째 보물을 품에 안아 심장을 맞대고 눈을 맞추기까지 두 번의 유산을 했다.

 

'과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도 엄마의 날을 살아낼 기회가 있을까?'


신혼 초 5년 동안 매일 밤낮을 내 안의 불안과 뒹굴어야 했고,

밀물처럼 밀려드는 두려움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다.


그러다 품에 안은 '내 새끼'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겠나..


그런데 나는 그토록 소중한 보물에게

내 마음 하나 보듬지 못한 상처의 쓴 뿌리를

그대로 심어버린.. 자격 없는 엄마다.


꿈꾸던 꿈의 자리를 포기하지 못했다.


주제 파악 못하고

내 꿈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가까이 육아 서브 찬스 쓸 곳도 하나 없는데

무작정 일을 시작했다.


결국 나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극심한 공황장애가 재발했고,

첫째 보물이는 불안정 애착으로 허구한 날 신체화 증상까지 보이기 일쑤였다.


그 당시 나는 우울증 환자였다.

싱크대에서 쌀을 씻다가도 눈물이 터졌다.


아이 하원, 신랑 퇴근 때까지 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쭈그리고 앉아 멍하다, 울다를 반복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는 엄마의 우울함은..

한국나이 이제 겨우 세 살 된 18개월 영아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말았다.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불안..

하지만 그때의 나는 쏟아져 나오는 우울의 감정 폭군을 막을 힘이 없었다.


나도 나의 불안을 마주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했다.

내 분노를 나 조차도 감당 못하니..

내 마음, 아이 마음, 신랑 마음 헤아리는 길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책을 샀다.

산책길에 눈에 띈 서점에 무작정 들어갔다.

퍼질러 울기를 멈추고 책을 읽었다.

당시 우리 부부, 내 이야기 같았던.. 책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이제야
나의 불안을 잡고
자녀의 불안을
떼내어 버리기 시작했다


매일 그리고 매 순간 노력한다.


이제는 더 이상 금쪽같은 내 새끼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내 속에 잠들어 있는 불안과 직면하기 시작했다. 기댈 곳 없는 외로움에, 덕지덕지 붙어버린 상처의 쓴 뿌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불안함과 긴장감 속에 갇힌 상처 입은 나를 데리고 나왔다.


'걱정하지 마'

'얼마나 아팠니'

'살아줘서 고마워'


서서히.. 조금씩..

그렇게 자녀의 불안을 대면할 용기가 생겼다. 아이의 불안이 다양한 얼굴로 뿜어져 나올 때마다 불편한 상황보다 상황 속의 아이 마음을 먼저 보려고 한다.





버럭질을 만들어내는 내 속에 자리 잡은 불안을 잡고

분냄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책을 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그때도..

오늘도..

나는 말하기 연습 중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실패했다.

마음보다 문제 상황, 내가 불편한 상황을 먼저 보고 또 아이 마음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나의 불안은 아직도 예측불허다.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가 괜히 아이를 향해 오작동을 일으킨다.


뒤돌아 후회하고,

또다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래도 하루에도 수십ㆍ수백 번 용기를 낸다.


'너는 내 아들이야'

'내 아들인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해'


여전히 불안정 애착이 예고 없이 지뢰 터지듯 터지는 일상이지만..

예민한 아이, 불안한 아이의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이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아이'

'자격 없는 내게 엄마의 날을 살 수 있게 해 준 보물'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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