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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Apr 22. 2024

이심전심

성장하는 글쓰기


                            식탁 : 이심전심의 시작


작은 투룸 월세,
아무리 작은 식탁이라 해도 15평 남짓 되는 작은 신혼집에 식탁이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전자레인지대에 일체형 상판이 있어 접이식 의자를 구입해 사용했다.
그조차 위치 문제로 펴놓고 식사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좌식용 작은 상을 펴놓고 식사를 하곤 했다.

부부 두 사람뿐이었으니 그 상이면 충분했다.
혹시 신랑이 친구들을 몇 명씩 데리고 온 날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밥과 반찬도 그냥 그렇게 놓고 먹었었다. 그래도 뭐ㅡ밥맛은 좋기만 하더라^^;;;

십여 년을 함께한 우리 집 첫 번째 식탁은
첫째의 놀이 테이블이 되어주기도 했고
때로는 공부 친구가 되기도 했다.

세월이 지난 만큼  바래고 벗겨지고 낡았다. 다리는 멀쩡했지만 이사 오면서 다른 상이 생겨서 버리고 왔다.

그 작은 첫 번째 식탁에서 결혼생활 10년 가까이 밥을 먹으며
음식에 상처 난 우리 신랑 마음 그릇을 채웠고,
수많은 손님들의 무거운 일상을 비웠다.


                  식탁 : 이심전심이 되는 행복


나에게 식탁은?
사랑이고, 공감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다.
밥을 먹는 테이블~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뭐가 먹고 싶다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 신랑, 어떤 음식 먹고 싶다고 하기 전에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 주었다.

밥솥에 밥을 한가득 해두고 먹지 않는 나.
식사 때마다 바로바로 갓 지은 밥을 했다.
전기밥솥이 가정 전기세 1위ㅡ라는 얘기를 들은 어느 날부터, 뚝배기 밥을 해 먹기 시작해서 지금도 추 돌아가는 진짜 압력밥솥에 밥을 해 먹는다.

설익은 밥 아니면^^;
밥 맛에 예민한 것도 아니고 '밥은 이래야지~' 하는 것도 특별히 없다.
하지만 누룽지를 좋아하고 숭늉을 좋아하는 나,
밥통 냄새, 오래된 밥 냄새 안나는 바로 한 밥을 먹게 해 주고픈 나..... 의 시작은 우리 아빠ㆍ엄마ㅡ가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가 밥을 할 때
급해서 물 조절을 실패했거나 바빠서 쌀을 불리지 못했거나,
조금이라도 질거나 살짝이라도 되거나ㅡ하는 날엔
저녁 밥상이 위태로웠다.
아빠의 불호령과 성난 욕설....
밥의 상태에 따라 극도로 예민해지던 우리 아빠..
그 비위 맞추느라 20년을 밥 할 때마다,

밥상 자리마다 편할 날 없었던 우리 엄마......
그 덕분에 나 역시 밥이 중요해진 게 아닐까.....



엄마가 허리 수술하시고 회복기간 동안 우리 집에 와 계셔야 했다.
무조건 집에 와서 있으셔야 한다, 오시라고 했는데 정작 식탁 하나도 없었다.
맘카페에 올라온 반가운 까마귀^^
식탁 무료 나눔^^ 용달 불러 데리고 온 원목식탁~

엄마가 계신 시간은 보름 남짓,
우리 세 식구와 종종 찾아오는 이웃들이
일상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 차려 올린 시간은 6년.

오래된 원목 식탁 위에 오고 간 음식만큼
우리가 서로 누린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다양하고 풍성했다.


                        식탁 : 이심전심의 무대


우리 집엔 이웃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때에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손님이 다녀간 적도 있다.
하루 한 명인 날도 있고, 점심ㆍ저녁~ 다른 손님이 온 날도 있었다. 그 주말엔 네 가정이 한꺼번에 모인 날도 있었다.

손님 방문 많은 내게, 지인들이 말했다.
6인 식탁이 꼭 필요하다고.....^^;;

네 가정이 한 자리에 모인 날이면
밥 먹다 말고 서로가 일어나서 "앉으세요, 제가 일어설게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제일 연장자인 나......... 가....
음식 준비하랴, 아이 먹이랴, 치우랴, 정리하랴, 대접하랴
계속 서 있으니..... 어린(?) 손님들 앉은자리는 가시 방석이었나 보다.....^^;;;;;
그래서 약속했다. 다음번엔 꼭 6인용 식탁에서 편히 드시게 하겠노라...^^

사람 좋아하는 신랑,
들어주는 거, 먹이는 거 좋아하는 나...
우리 서로 덕분에...^^
결혼 13년 만에 식탁을 구입했다.

우리 집 식구 중 가장 먼저 식탁에 앉은 새능이^^

먹이고픈 마음ㆍ
맛있게 먹고픈 마음ㆍ
엄마와 아들의 마음이 닿았다.
이심전심♡



먹을 음식이 없었겠나..
먹을 장소가 없었겠나..

누릴 서로가 즐거우니
나눌 서로가 힘이되니

함께 하고 싶었다.
함께 먹고 싶었다.

그 식탁이 서로의 일상을 인사하는 무대가 되어주었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심한 복통으로 대학병원 정밀검사를 앞두고
그런 남편 곁에서 '나 두고 혼자 가지마' 마음 졸이며..
"그렇게.. 오늘을 살아냈다"

남편의 유전 불치병 진단에도 애써 마음을 달래면서
자녀에게도 발현되면 어쩌나 걱정 마를 날 없지만...
"그렇게.. 오늘을 살아냈다"

올 가을 결혼을 준비하며 그저 즐겁고 마냥 기대되지만
오롯이 바라보는 나의 내일은 조금 걱정도된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냈다"

힘든 가족,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줄 것 있는 인생이 되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은데
환경은 나아지지 않는 답답함...
"그렇게.. 오늘을 살아냈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화려한 조명이 없다.
유명한 인생도 없다.
수상작 대본도 없다.
오천만 관객도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아낸 나의 오늘이

울고웃는 감동스토리가 되었고


그렇게 살아낸

너의 오늘을 체휼하는 마음이 조명이 되었고


그렇게 살아낸

무명의 인생 서로가 최고의 관객이 되었다.

뭐그리 대단한 음식이었겠나...

음식은..단지..
이심전심 무대에 놓인 작은 소품~일 뿐이었다^^

각자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서로의 평범함과
주어진 자리에서 살아지는 일상을 나누는 행복이
이심전심이 되는 무대♡

다음 무대에는 또 어떤 스토리를 들고 만나게 될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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