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London
런던은 아주 오래 머물렀어서
할 이야기가 참 많네요.
그런데 이 편지를 쓰는 지금 7월 초.
더운 낮 공기가 지나가면
밤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니,
아름다웠던 그날 밤이 생각나서요.
능력 있는 지인 덕분에
디즈니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았던 밤, 기억나죠?
그날 밤도 날씨가 딱 이리 좋았어요.
아주 얇은 드레스 하나만 입었는데도
전혀 춥지 않았던 밤이었죠.
설레는 맘으로 레드 카펫을 밟고
유명 인사들의 무대인사를 보는데
영화광인 나는 기분이 묘했어요.
성공한 덕후란 이럴 때 쓰는 말 맞죠?
시사가 끝나고,
극장 바로 옆에 있는 펍에 들어갔었죠.
나는 와인, 당신은 맥주.
보면서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그 밤.
두고두고 예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후, 수없이 많은 시사를 갔지만
난 그날 밤 갔던 시사회 극장이
가장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외관이 뭔가 클래식 하달까요?
런던 느낌이 물씬 났던 그 극장,
곧 다시 가볼 예정이에요.
또 편지할게요.
당신의 하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