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Nha Trang
나는 동남아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덥고, 습하고 음식도 잘 맞지 않아서요.
몇년 전, 태국을 여행하다
감기에 걸려 심하게 아프기도 했었죠.
그런 나도 좋았던 곳이 있습니다.
끝없이 넓은 수영장과
정말 하늘과 이어질 것 같았던 바다,
그리고 날 현실로부터
멀리 떠나보내주었던 칵테일까지.
잠시 꿈을 꾸다 돌아온 것 같았던
베트남은
뜨거운 공기마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내 짐을 친절하게 옮겨준 매니저분이
화들짝 놀라며 내게 말하더군요.
Welcome fruit 을 깜빡했다고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전 꽃을 더 좋아하는데요?' 라고 했죠.
급히 내 방을 떠난 매니저는
두 손으로 다 들수도 없는 크기의 장미 다발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여행 내내, 내 방은
장미향으로 가득했답니다.
덕분에 방을 나가기 전에
챙겨온 향수를 뿌리는걸,
번번이 까먹곤 했었지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베트남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생화라는 것을!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여기저기 큼직한 생화들이 꼭 등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거예요.
덕분에 내게 나트랑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 없이도
낭만적인 곳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베트남에선 편지하지 못했던 것,
용서해 줄 거죠?
당신의 하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