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London to Germany then to Belgium
내가 런던에 있을 때 일이네요.
갑작스럽게 훌쩍,
떠나고 싶던 여름날이었어요.
숨 막히게 바쁜 일정,
쉴 틈 없는 새로운 만남,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혼자인 시간이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주변이 낯설게 느껴지던,
그런 외로운 초여름이었지요
그때 독일에서 초대장이 날아왔어요.
물론, 편도 비행기 티켓과 함께.
너무나 보고 싶은 친구가
마법처럼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기를 보러 와달라더군요.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핸드백 하나만 들고
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던
낭만적인 그날의 오후,
나는 생생히 기억해요.
친구의 집에 가니,
날 위한 독일식 저녁이 차려져 있더군요.
잘 구워진 통통한 소시지,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익힌 보라색 양배추,
버터 맛이 은은하게 도는 감자.
디저트로는 우리의 재회를 축하하는
달콤한 독일 젤리와 초콜릿,
그리고 두 사람이 먹기엔 너무 많았던 케이크.
다음날 내 친구는 둘이 도피하듯
멋지고 대책 없는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죠.
런던에서 독일에 도착한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Holland를 가볍게 찍고,
Belgium에 도착했어요.
맛집도 들리지 않았고,
유명 장소를 굳이 방문하지도 않았어요.
벨기에에서 초밥을 먹고,
같이 예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여행객은 우리 둘뿐이었을걸요.
다음 장소는 어디로 할지,
이 여행은 끝은 그래서 어디일지,
나는 언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지,
아무것도 없이
나는 가장 낯선 도시에서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요.
계산 없이, 그다음 없이.
오로지 내가 믿는 친구와 나,
그렇게 우리 둘.
이 천방지축 여행은
샴페인, 키스와 함께했던
유럽에서의 다른 여행보다 오히려 더
달콤했던 것 같아요.
나와, 당신.
그다음에 대한 기약 없이,
그렇게 우리도 여행을 떠나요.
곧 만나길 바랄게요.
당신의 하니가.
PS. 물론, 현실로 돌아온 후,
일정을 내팽개쳐버린 후 폭풍은 감당해야 했어요.
하지만 가끔은, 이후의 폭풍을 감당할 만큼 멋진 여행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