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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 Honey Oct 14. 2021

Thelma & Louise

Ep. 4 London to Germany then to Belgium


내가 런던에 있을 때 일이네요. 

갑작스럽게 훌쩍, 

떠나고 싶던 여름날이었어요. 


숨 막히게 바쁜 일정, 

쉴 틈 없는 새로운 만남,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혼자인 시간이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주변이 낯설게 느껴지던,  

그런 외로운 초여름이었지요 


그때 독일에서 초대장이 날아왔어요. 

물론, 편도 비행기 티켓과 함께.

너무나 보고 싶은 친구가 

마법처럼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기를 보러 와달라더군요.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핸드백 하나만 들고 

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던 

낭만적인 그날의 오후, 

나는 생생히 기억해요. 


친구의 집에 가니, 

날 위한 독일식 저녁이 차려져 있더군요. 

잘 구워진 통통한 소시지,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익힌 보라색 양배추, 

버터 맛이 은은하게 도는 감자. 

디저트로는 우리의 재회를 축하하는 

달콤한 독일 젤리와 초콜릿, 

그리고 두 사람이 먹기엔 너무 많았던 케이크. 




다음날 내 친구는 둘이 도피하듯 

멋지고 대책 없는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죠. 

런던에서 독일에 도착한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Holland를 가볍게 찍고, 

Belgium에 도착했어요. 


맛집도 들리지 않았고, 

유명 장소를 굳이 방문하지도 않았어요.

벨기에에서 초밥을 먹고, 

같이 예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여행객은 우리 둘뿐이었을걸요. 


다음 장소는 어디로 할지, 

이 여행은 끝은 그래서 어디일지, 

나는 언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지, 

아무것도 없이 

나는 가장 낯선 도시에서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요. 


계산 없이, 그다음 없이. 

오로지 내가 믿는 친구와 나, 

그렇게 우리 둘. 

이 천방지축 여행은 

샴페인, 키스와 함께했던 

유럽에서의 다른 여행보다 오히려 더

달콤했던 것 같아요. 


나와, 당신. 

그다음에 대한 기약 없이, 

그렇게 우리도 여행을 떠나요. 


곧 만나길 바랄게요. 

당신의 하니가. 



PS. 물론, 현실로 돌아온 후, 

일정을 내팽개쳐버린 후 폭풍은 감당해야 했어요. 

하지만 가끔은, 이후의 폭풍을 감당할 만큼 멋진 여행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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