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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 Honey Oct 14. 2021

Memoirs of a Geisha

Ep.9 Kyoto


너무 더운 여름날, 

습하디 습한 섬나라 일본을 

하필 다음 여행지로 정했었네요. 

오사카처럼 다른 도시를 

방문하기 충분한 일정이었지만, 

난 굳이 교토에만 4일을 머물었어요. 


여우신사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었거든요. 

<게이샤의 추억>. 

이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어린 소녀가 푸른 눈을 반짝이며

붉은 기둥을 쭉 가로질러 

앞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은 

이상한 희망을 심어줍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신사 속으로 

점점 들어가다 보니 

내 마음속 자리했던 무거운 짐이

어느새 덜어져 있더군요. 


일본의 많은 도시를 방문했었지만, 

교토는 내가 상상한 

가장 ‘일본스러운’ 도시였어요. 

내가 유일하게 유카타를 입고 

거리를 배회했던 도시이기도 하지요. 


당신은 알죠? 내가 일식 좋아하는 거. 

내 얼굴만 한 바다 굴도 먹고, 

식사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로 

사케, 하이볼도 마셔주니 

내 고민이 무엇이었던가를 ...

정말 잊게 되더군요. 



소중한 한국 미술작품이 보존되어 있는

미술관의 관장님도 만났지만, 

오늘 편지에 그 이야기는 쓰지 않을게요. 

내 마음이 정리되었던 계기는 

교토의 미술관이 아니라 교토 방문, 

그 자체였었으니까. 


끝이 없어 보이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죠. 

그러나 당신에게도, 푸른빛으로 가득한 

이상한 희망이 생기길 바라요. 


당신의 하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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