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Windsor
나는 연말을 영국에서 보내는 것이 좋아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도 그렇지만,
유럽 특유의 고귀한 분위기가
프랑스만큼 풍기는 곳이거든요.
어느 날.
3년 만에 런던을 찾았더니,
윈저 성 근처에 사는 친구가 날 굳이
윈저로 부르는 거에요.
한 번도 가보고 싶지 않았던 곳이고,
긴 줄을 뚫고 잘난 영국 왕실의
이름 높은 성 안을 구경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어요.
Brexit 결과 때문에
영국에 좀 토라진 상태이기도 했으나,
디즈니랜드 성이 훨씬 예쁘달까요?
새로운 곳을 드라이브하지 않겠냐는
친절한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런던에서 윈저를 향하는 기차를 탔었어요.
그런데 또 이 친구는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친구라는 거죠?
미니 쿠페 클래식을 끌고 나온거예요.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날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빨간 빈티지 차 한 대가 역 앞에 서 있었어요.
예쁜 차를 타고 윈저 성을 한 바퀴 돌아보니
썩 나쁘지 않더군요.
그 길로 아주 축축하고 어두운
템스 강 연변을 드라이브했었네요.
차 수집가이기도 한 친구 덕에
영국에서 비싸다는 차는 다 구경하고
눈만 높아져왔지만.
이 친구는 차를 이렇게 좋아하면서
아직도 면허가 없는 날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신나게 달린 후,
골드빛 샴페인을 마시자는 친구를 말리고
윈저 마켓에서 유명한
시나몬 롤을 파는 곳에 가서
홍차를 마셨어요.
운전하는 녀석이, 넉살도 좋게
예쁜 샴페인을 권하더라니까요?
내 친구들이 좀 그래요.
좀 예술가 기질들이 다분하여
서로 좀 챙겨줘야 해요.
늘 여행 중인 것처럼 사는 날,
당신이 잠깐 현실로 돌려놔 주는 것처럼요.
당신 없이 너무 즐겁게 사는 것 같죠?
그래도 같이 다닐 때가 더 즐거운 거 같긴 해요.
그럼, 또 편지할게요.
당신의 하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