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익숙해지는 나이는 몇입니까?

by Writer Yeo

나는 이별에 약하다.


10대 때는 사소한 헤어짐에도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멀어질 친구와의 관계가 너무나 서글퍼 울곤 했으니까. 진짜 사회적 어른이라 볼 수 있는 20대는 조금 나을 줄 알았다.


20대 때는 나름 쌓아온 관계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것이 마음이 아파 울었다. 나름 결혼도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상대가 있었는데, 결국은 가고자 하는 길이 달라 내가 이별을 통보했다. 20대의 거의 반을 함께 보냈던 사람인지라, 내가 선택한 이별인데도 나는 아파했다. 아니, 상대보다 어쩌면 더 아팠을지 모르리라 자신한다. 그리곤 생각했다. 조금 더 단단해진 30대엔 어느 정도 이별에 무뎌지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30대인 내가 작년에 경험한 이별은 그 어떠한 이별보다 잔인했고, 허무했으며 날 지치게 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나이 마흔, 아니 쉰은 넘어야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아빠와의 이별은 내가 그 누구보다 이별을 어려워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대체, 이별이 익숙해지는 나이는 몇일까?



(생략)... 아버지. 서른이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다?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린다고 밤샐 일도 없고, 아버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생략)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삼순아, 아버진 심장이 딱딱해져서 죽었잖아. 심장에 피가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아버진 우리 셋째 딸 심장이 튼튼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8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드라마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 중 하나이다. 90년대생, 즉 삼십 대인 것을 티라도 내듯, 나는 이 드라마를 참 애정한다. 나는 지금 극 중 삼순이와 비슷한 나이일 뿐만 아니라, 동일하게 아빠를 잃은 상태이기도 해서 최근 이 드라마의 대사가 다시 와닿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위로받았다.


삼순이와 같이, 나에겐 여전히 이별이 쉽지 않다. 얼마 전에만 해도, 대학 친구들을 만나러 영국에 꽤 오래 머물었는데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서로 눈물을 보였다. 이젠 바쁜 일상 때문 에라도 그러려니, 할 나이임에도 친구들과 나는 참 새삼스럽게 엉엉 울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나뿐만 아니라, 삼십 대에 들어선 내 친구들의 심장 또한 삼순이만큼 튼튼한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잠시간의 이별이기에 슬플 필요가 없었던 이별도 있었다. 10대 때 엉엉 울며 지리상 멀어졌던 고등학교 친구는 여전히 전화로 두 시간씩 수다를 떠는 나의 절친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분명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했던 이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20대 때 헤어졌던 상대와 이별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미래와는 다른 삶을 선택했을 것이며 지금 사랑하는 새로운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세상을 떠난 아빠와의 이별을 실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빠와 왜 그리 빨리 헤어져야 했는지, 그 섭리를 소화하기까지도 한참이나 더 걸릴 것 같다.


나는 아직 이별이 어려운, 고작 삼십 대이므로.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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