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좌절해야 한다.

by Writer Yeo

나는 많이 긍정적인 편이다. 나라도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많기 때문에 좀 습관적으로라도 보다 나은 쪽으로 생각하고자 최면을 걸곤 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건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좌절을 숨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는 왜 좌절을 숨기려 할까. 일단 나는 내가 약해 보이는 것이 싫다. 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도 있고,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한 변명을 허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는 늘 내 선택에 떳떳해.”

이 말을 사실화하기 위해 나는 혼신의 힘을 다 한다.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결과 때문에 좌절하는 것은, 마치 내가 나의 삶을 스스로 실패의 길로 인도한 것과 같이 느껴지곤 한다.


내가 케이 장녀라는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약해 보이는 것은 싫지만, 가족 앞에서 약해 보이는 것은 정말 싫다. 아래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둘 있는데, 그들에게 나는 언제나 강한 존재이고 싶다. ‘큰 언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그들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매우 오래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한 연기 되었을 때도, 나에겐 숲과 같은 존재였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도, 이유 없이 마음이 아주 쓸쓸했을 때도 좌절을 숨기곤 한다. 특히 가족에겐, 내가 주저앉는 모습을 나는 절대 보여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우린 나이를 먹을수록 좌절을 숨기고 ‘괜찮은 척’ 하기 바쁜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고 배우는 학생도 아니고 사회 초년생도 아니다. 30대에 접어든 나는 왠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은 사회에게 좌절을 더 잘 숨겨야 할 것만 같다. 좌절하지 않는 편이 사실 오히려 ‘덜 인간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을 억누를 때가 많다.


무너져 내리는 것은 어쩌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나만 해도 문제가 생기면 좌절이라는 과정을 겪어야지만 문제 자체를 받아들일 공간이 생긴다. 감정을 내려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는 단계는 좌절을 거치지 않고선 만나기 쉽지 않다. ‘괜찮은 척’은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좌절을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는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내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때때로 나만의 공간에서 만큼은 마음껏 좌절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일기를 쓸 때는 최대한 내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는 일기를 쓰면서도 내가 나를 속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차마 자존심이 상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나만 보는 일기에 조차 쓰지 못할 때가 많다. 그만큼 나는 나 자신에게 마음껏 무너지는 것을 허용하기 쉽지 않으니,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좀 넘어지면 어떤가?

잠깐 아파하면, 뛸 수 있는 법을 터득할지도 모르는데!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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