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없어도 지키는 것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

by Writer Yeo

부모님 카드가 무적인 10대 때도,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와 과외로 살인적인 물가를 견뎌야 했던 20대 초반에도 그리고 늘 어딘가 빠듯한 프리랜서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30대인 지금도 내가 꼭 지키는 것이 있다.

나는 절대,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았고, 하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 ‘작가’였다. 만화가, 소설가, 시인, 영화감독 등 꿈의 형태가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 바로 창작이 내가 하고픈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일찍이 깨달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지금은 내가 쓴 글로 나 1인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프리 작가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대단한 원고료를 지급받거나, 대중들에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

나의 커리어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가 내 창작물에 대한 나의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웹툰, 숏폼, 영화나 드라마 등 요즘은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당연히, 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고, 때문에 각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보고 싶은 것은 넘쳐나는데, 독자나 관객 즉 소비자 입장에서 그 금액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만 해도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티빙’ 등 영화관 표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아무리 할인을 받아도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쓴 글로 돈을 버는 프로 작가가 되는 꿈을 꾸던 시절부터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안 보면 안 봤지, 절대 불법으로는 보지 말자. 그건,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커리어를 나 스스로 망치는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탄생할 수많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미래를 더럽히는 모양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한 플랫폼에 연재 제안을 받은 원작 소설 하나를 다듬고 있다. 그 이야기를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안에는 내가 수도 없이 기억 저편에서 떠올린 나만의 경험, 누구보다 소중한 지인들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 그리고 밤낮 잠들지 못하고 나만의 우주를 향해 달려갔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마,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이보다 더한 노력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내곤 할 것이다. 창작자의 노력은 값어치를 매겨주는 시장과 그 상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몇 백 원이던 몇 만 원이던 소비를 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결실을 맺는다. 또, 다음 우주를 향해 달려갈 원동력을 얻는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고 창작자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식당에 가서 무전취식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토록 당연한 일인데도 이상하게 모니터 뒤에 가려진 절도는 그 심각성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 내가 오늘날 작가가 되지 못했어도, 나는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자부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꼭 정당한 방법으로 창작물을 접할 것이다.

나의 꿈을 향한 길을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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