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생존법
20대가 끝나갈 무렵,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택하며 나 자신과 약속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오전 8시 전에 반드시 기상할 것.
원래도 늦잠을 잘 자는 편은 아니지만, 남들 일 하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나름의 균형을 세우기 위해 정했던 가장 첫 번째 룰이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이 기준이 아니라, 8시 전에 반드시 침대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기준이다.
두 번째. 하루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그 목표치를 최대한 채울 것.
내 기준, 프리랜서가 되고 가장 다르게 느껴졌던 점은 바로 따로 주어지는 업무가 없단 것이었다. 좋은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이 말은 즉 내가 스스로 내 일을 찾아 해야 한다는 뜻도 되었다. 아무도 일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숫자화 하여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여겼다.
세 번째. 가능하면 오후 다섯 시 전에 모든 업무를 마칠 것.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했다면, 12시에 한 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을 가지고 3시에 짧은 티타임을 가진다. 그리고 5시까지 열심히 할 일을 한다. 시간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휴식을 가지는 시간만큼이나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벌써 몇 년째 프리랜서의 삶을 이어가는 나는 이 세 가지 룰을 아직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물론, 지키지 못하는 날도 많다. 처음 몇 해는 조금이라도 늦잠을 잔 날이면, 일을 따오지 못해 일과를 세우지 못하는 날이면, 혹은 원하는 목표치를 세우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강박과 죄책감, 무기력함에 시달리곤 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 날이면, 계획한 대로 살지 못한 날이면,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한 날이면 내가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지곤 했다.
괜히 프리랜서 선언을 했나?
잠시라도 일이 끊기면, 난 결국 백수 아니야?라는 질문과 함께 나 자신을 괴롭히곤 했다.
처음 각본 계약을 한 날, 나는 보란 듯이 ‘하루에 10장씩 쓰기’라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아무리 새벽부터 새벽까지 자리를 지켜도, 안 써지는 날이 있었다. 오전 8시 전에 기상하지 못해서도 아니었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철저히 계획대로 살고 싶으나,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나 자신을 책망하고, 원망스러워했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읽을 자격이 없어. 맛있는 것을 먹을 자격이 없어, 하며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 벌을 주기도 했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날은, 가치가 없는 날이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몰아세우곤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아주 조금은 이 프리한 삶에 적응된 현재.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날에도 나 자신에게 약간의 점수를 준다. 긴장감은 유지하되, 나 자신에게 스스로 가혹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
원래 세상일이 그렇더라. 내 마음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씨앗을 뿌려야 꽃을 얻고 열매를 얻지 않겠는가.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한 날도, 노력한 날이라면 언젠가는 빛날 그날을 위한 훌륭한 거름이 되어 주리라 믿으며 힘을 내본다. ‘
갓생 살기,’ ‘하루를 100% 효율적으로 사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겠지만, 멍 때리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는 정말 머리를 비워야 찾아올 때도 있으므로.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