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APT의 위력

by Writer Yeo

이 글을 쓰는 현재, 나는 동부유럽인 불가리아에 머물고 있다. 친구의 초대로 난생처음 불가리아에 오게 되었는데, 열흘이라는 짧지 않은 나날을 이곳에서 보내며 내가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한국인, 아니 동양인 자체가 귀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불가리아의 수도인 ’Sofia’가 아니라 수도에서 차로 약 3시간 떨어져 있는 ‘Troyan’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어서인지, 나는 지금껏 단 한 명의 동양인도 마주치지 못했다. 때문일까. 시장이든, 수도원이든, 식당이든 어디를 들어가도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이 깔려있는 아주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이라 불쾌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불가리아가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불가리아는 술과 음식, 사람을 사랑하는 나라라고 생각된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맛있는 음식을 아주 풍족한 양으로 대접한다. 음식에 대한 열정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영국 문화에 익숙한 내겐, 아주 생소한 광경이었다. 귀하게 대접받은 음식에서는 낯선 나라에서 온 상대를 고려한 따뜻한 배려와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가리아의 국민 술, ‘Rakia’를 매 저녁 식사 때마다 권유받았는데, 집에서 직접 담근 귀한 술도 아낌없이 내놓곤 한다. 내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집에 있는 인삼주며 과실주를 몽땅 내놓은 엄마 아빠가 문득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함께, 특히 맛있는 밥은 맛 좋은 술과 다 같이-라는 따뜻한 문화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팬데믹 때문에 단체 문화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함께 나누는 정이 담긴 마음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 조금 놀란 사실은, 역시나 이곳에서도 케이 콘텐츠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아주 예쁘게 생긴 친구의 5살 조카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영어는 물론 아직 자신의 모국어도 잘할 줄 모르지만 가수 ‘로제‘의

’APT’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줄 아는 친구다.


“이 노래를 네가 어떻게 알아?”

“아파트를 모르는 친구는 우리 유치원에 없어.”

“무슨 뜻인지도 알아?”

“음… 영어라서 잘은 몰라.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게 코리안 노래라는 점과 이 노래가 아주 신난다는 거지! 우리 반 선생님은 놀이 시간마다 이 노래를 틀어줘.”


괜히 어깨가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APT의 노래 가사가 한국어로 쓰인 가사는 아니지만, 이 꼬마는 이 노래의 원천이 한국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 특히 자랑스러웠다. 얼마나 많이 듣고 불렀는지, 그 와중에 “아파트” 발음만큼은 또 기가 막히게 한국어 발음으로 해냈다. 콘텐츠의 위력이란, 특히 케이 콘텐츠의 위력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아주 낯설고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불가리아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고향 한국과 많이 닮아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헬조선,‘ ‘탈조선’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표현을 쓰는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불가리아의 5살 꼬마를 매료시킨 우리나라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때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 화에 계속.

keyword
이전 12화마음껏 좌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