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접어들며 스스로 맞이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카카오톡에 내 생일을 숨김 처리 한 이유와 비슷한데, 극 E의 인싸 삶을 즐기던 20대의 나는 어쩌면 사람을 만날 에너지를 그때 다 소진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끌벅적한 술자리에 가서 열명이 넘는 친구들과 파티에 가까운 저녁을 보내던 나는 아주 질 좋은 와인이나 위스키 한 잔에 70년대 영화를 틀어두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정을 채워 넣던 나는, 주말에는 홀로 운동을 할 시간을 마련하고 본가에 가서 가족을 살핀다. 열 보다는 넷이 좋고, 넷 보다는 둘이 좋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도, 1:1일 때 그 사람의 말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20대의 나는 우두커니 혼자가 두려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때론 내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고 싶고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으로 느껴진다. 이토록 혼자의 시간을 즐기게 된 나이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현시점, 나는 5년 만에 영국에 두고 온 친구들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인 친구들인데도, 매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친구들이 아닌데도 거짓말처럼 전과 똑같았다. 그들을 만날 생각에 나의 심장은 약속 시간 한 시간부터 뛰고, 간만의 포옹을 나눌 땐 새삼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그때 생각했다.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은 아무리 혼자가 좋더라도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으며 시들어가는 나의 감성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줄 존재가 바로, 만나면 반가운 존재가 아닐까?
한 20년쯤 뒤의 나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아직도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있느냐고.
있다면, 그건 꽤 멋진 삶이지 않을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