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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pr 13. 2023

C’est si Bon

쎄시봉, 추억을 소환하며

 강릉아트 센터에서 보내오는 공연소식. 짧은 메시지로 전달받으면 바로 사이트에 로그인하여 어떤 공연인가를 살펴본다. 쎄시봉이 뜬 것은 벌써 두어 달 전. 강릉에 도착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강릉 참 좋은 곳이네? 정경화도 오고, 쎄시봉도 오고, 지젤도 온다네.’라고 했다. 매주 공연을 갈 수는 없으니 한 달에 두어 번만 가기로 하고, 제일 먼저 쎄시봉을 예매했다. 무대 중앙의 앞 좌석들은 연회원들에게 이미 판매가 완료되었고, 무대와 가까운 앞 좌석은 남은 것이 몇 개 안 되었다. 이왕 라이브 공연을 본다면 무대 가까이 가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야 그들의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라이브의 진수 아닐까?

겨우 2자리가 붙어 있는 앞에서 4번째 줄을 찾았고 재빠르게 예매를 마쳤다. 그날 밤, 남편과 페이스톡 통화를 하며 자랑스럽게 쎄시봉 예매를 했다고 하자 ‘다 늙은 할아버지들 노래 들어서 뭐 하냐? 목소리가 나올까?’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아마도 여기에 같이 있었다면 나보다 더 먼저 나서서 예매를 했을지도 모르는 조영남 광 펜이면서… 조영남 라이브를 간다는데 조금 샘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강릉 아트 센터의 공연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쎄시봉은 이미 매진이었다. 그 시간에 안 샀더라면 어쩔 뻔했느냐며, 친구와 둘이 좋아했다.


약속한 날짜가 되었다. 이젠 제법 익숙한 곳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공연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프로그램을 하나 들고 지정석에 앉았다. 둘러보니 모두들 우리와 비슷한 나이 또래다. 그 시절의 젊음으로 돌아가 통기타를 메고 포크 송을 불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청량음료 같았던 추억의 음악들.

음악다방에 들어가 커피 한잔 주문하고 쪽지에 신청 곡을 써주면 작은 유리 벽 안의 공간에서 디제이는 엘 피 판을 틀며 쪽지 속의 사연을 읽어 주고. 조금씩 따라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있거나 친구와 온통 세상 고민을 다 해결할 듯 이야기를 이어갔던 젊음의 시간들. 고스란히 추억되었다.

무대의 불이 꺼지고 조명을 받으며 통기타를 맨 김세환이 등장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 ~~~~~~~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

짜릿한 것 없을 걸”

첫 노래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따라 부르고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고 발을 굴렀다.

공연 소개의 팜플렛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동의 하모니, 50여 년 전 쎄시봉 친구들은 청춘을 노래하였습니다>라고 일갈한다. 그 한마디에서 우리들의 청춘은 그들이 불렀던 통기타의 음악에 맞추어 젊음을 노래했고, 사랑에 감동했다. 데모로 휴교령이 반 이상이었던 그 시절의 어두움도 이젠 그 메케한 최루탄 속에 묻어 버리고, 그것조차 추억이었다는 청춘과 젊음과 정열만 기억하기로 한다.

윤형주가 그렇게 많은 CM송을 작사 작곡했는지 전혀 몰랐던 난, 그의 천재성에 새삼 놀랐고, 그 저작권료가 어마어마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지나갔다.

이어서 초췌하기까지 한 조영남의 등장. 딜라일라를 멋들어지게 불렀고. 그 곡 하나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중 <모란 동백>은 조영남이 그의 장례식장에서 틀어 달라는 노래이다. 조영남의 친구, 이제하 시인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뻐꾸기 울면~~~. 노랫말도 음도 편안하고 좋아, 남편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2시간은 금방 지났다. 물론 노래를 하는 중간중간마다 서로를 디스 하는 듯한 우스개 소리로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그들이 목을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그들의 화음에 마음은 그 시절로 돌아가 행복했다. 손뼉을 쳤던 손이 좀 얼얼하고 오랜만에 목청껏 불러 보는 노래에 목은 칼칼해도, 엔 돌핀은 공연장에 가득했다.

앵콜로 2곡 더 부르고 그들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나오는 길, 커다란 포스터 한 장을 손에 들었다. 2시간 동안의 행복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쎄시봉은 ‘아주 멋져, 혹은 매우 훌륭해 ‘하는 뜻이라 한다.

영어로는 “It’s so good.”  공연은 So good을 지나 “Fantastic!” 이였다며 얼얼한 손바닥을 비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차들의 긴 행렬을 안내해 주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며, 이젠 우리들도 이만큼 대우받으며 사는 날이 되었구나 싶다. 어두움의 실루엣 사이로 드러나는 도시가 반짝거리고 빛난다. 차 안에서 히터를 올리며,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든 밤같이 까만 눈동자~~’ 불러본다. 같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친구. 누가 뭐라 해도 우리들은 아직 청춘이다!!! 빛을 발하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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