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마음으로 하나 되어

by 전지은


7월 첫 주. 이곳 강릉에서는 세계 합창대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34개국에서 8000여 명의 합창단이 작은 도시에 모여 합창을 한다. 개막식은 지난 월요일 강릉 아레나에서 성대히 개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국 국기들의 입장, 문화 공연 등으로 이루어졌었다. 개최국 대한민국의 태극기 입장이 메인 화면에 뜨자, 아는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었다. 합창단원의 지휘자 대표인 초등학교 동창의 얼굴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강릉 문화의 입지전적 인물인 것 같아 내심 감동했다. 이어서 참가국가들의 국기가 들어오고 각국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개막식 행사는 진행되었다. 손이 아플 정도로 크게 손뼉을 치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강릉 시민들. 그중 가장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팀은 우크라이나의 보그닉 소녀합창단.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소녀들의 목소리를 기대하며 이들의 우정 공연 날짜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타종 행사와 공식주제가 제창은 다른 개막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었다. 환영행사가 끝나고 이어지는 문화행사.

<초등동창, 최응오 장로>

그 넓은 아레나를 가득 메운 열기 안에서 무대 가운데 자리 잡은 대형 화면. 그 위로 강원도의 수려한 산세, 맑은 강물, 동해 푸른 바다와 소나무 숲이 펼쳐지며 문화의 도시 강릉이 전해졌다. 아름다운 강릉이야기 안에서 강원도 연합 합창단은 우리의 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했고 이어졌던 우리 가락을 알린 팬텀 싱어에 나왔던 가수와 소프라노 성악가가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며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을 알리는데 손색이 없었다.

세계합창대회는 독일의 Interkultur(인터컬처) 재단에서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 축제이자 경연대회라고 한다. 2000년에 시작되었고 2년마다 개최되는데,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한해를 미루어 올해 강릉에서 열리게 되었다. 좀 더 오래 기다렸던 만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올해의 경연대회 의미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꼭 경연에 참석하는 합창단원들이 아니어도 함께 듣고 보는 것으로 충분히 감사한 어울림의 시간들. 강릉 시내 곳곳에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우정 공연을 펼치고, 지정한 장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시내 퍼레이드도 펼치고, 거리에는 참가국들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내 중심지는 교통이 통제되고, 안내 부츠가 설치되어 세계 합창인들과 그것을 보기 위해 강릉을 찾은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초등 동창 2명이 속해 있는 남성 합창단>

<강릉시립 합창단>

6월 중순에, 2023 강릉 합창대축제가 있었다. 그때도 이틀에 걸쳐, 어린이 합창단부터 시니어 합창단까지 화합되고 어우러진 아름다운 목소리를 보여주었는데, 아마도 이번 세계합창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전초전이지 않았나 싶다. 그곳에서 만났던 한 팀, 강릉 남성 합창단, 그 안에도 아는 얼굴이 둘이나 있었다. 창단된 지 얼마 안 되는 새로운 팀이라고 했지만 힘을 빼고 소리를 모으는 것에 집중했던 아름다운 소리였다.


이번 세계 합창대회는 일 년간 미뤄졌던 탓일까, 기다림의 시간이 더 깊게 다가와 음악인들의 염원을 담은 소리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세계 합창대회는 말 그대로, 세계인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합창 대회이고 어린이, 가스펠, 아카펠라, 등으로 나뉜 28개 부분이 있다. 개, 폐회식을 제외한 경연은 무료. 합창 단원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나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공연장을 기웃거리는 순수관객도 있을 것이다. 큰 소리로 힘껏 노래를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함 시원함이 좋다. 합창으로 여러 소리를 맞추는 것은 자신의 소리가 튀지 않고 마음을 합하는, 배려하는 마음이 될 수 있다. 남의 소리를 들어야 내 소리도 낼 수 있는 것이 합창의 맛인 듯하다.


일요일 개막식에 이어 월요일에는 강릉시립 합창단의 세계합창대회 축하 공연이 있었다. 민인기 지휘자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선율. 아카펠라는 물론, 새소리를 형상화하여 합창에 스며들게 한 새로운 시도. 북과 함께했던 아리랑 등, 그 어울림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공연의 말미에는 단원들이 로비에 나와 관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시민들과 하나되었던 그 노력과 열정의 목소리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누구는 나에게 ‘강릉 아트 센터에 출근하느냐?’고 묻지만, 이 작은 도시 강릉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문화를 최대한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세계 합창대회 2차 경연과, 축하공연인 국립합창단의 공연, 폐막식 등은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관람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의 맛보기로도 충분하다. 강릉의 거리마다 넘쳐나는 합창의 울림이 오래오래 고향의 소리가 되어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