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도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강릉에 있다. 작년에 단오를 처음 구경한 남편은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난장’은 본 적이 없다며 일주일 내내 출근하듯이 구경을 했었다. 미국으로 돌아가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며 웃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지만 올해는 마스크를 벗어버린 인파로 인산인해이다.
나는 매일 아침 페이스톡으로 단오장 풍경을 남편에게 전송한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단오장 풍경을 말로 풀어서 설명을 한다. 감자전과 단오주와 메밀 전과 묵무침 등의 대표적인 강원도 음식을 매일 먹는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야바위로 분류된 ‘달고나’도 매일 사 먹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단오장과 가까운 친구네에 차를 두고 걸어서 단오장까지 간다. 늘 한쪽에서 시작해서 다리를 건너 한 바퀴 돌고 오는 단오장. 올해는 그 규모도 커졌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 놓아서 방문객들의 편의를 많이 고려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불 파는 가게들을 따로 한 곳에 모아 두었다. 명주마당, 이라는 손으로 만든 작은 공예품을 파는 곳들도 따로 한 곳에 모여 있다. 공공 기관의 홍보 부츠도 따로 한 곳에 모여 있다. 특히 눈을 끈 것은 한 대학의 홍보 부츠였다. 나름의 생존 전략을 어필하며 어떻게 특화되어 있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젊은 분들은 그 과의 학과장일까? 조교일까? 졸업생일까? 재학생일까? 우문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대규모의 식당이 아닌 한두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작은 푸드 트럭은 뚝 방 길에 작은 의자들을 놓고 앉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강릉무형문화재관을 따로 만들어 상설 전시판매를 하고 있었다. 강릉을 기반으로 한 장인들이 모여서 전통문화를 지킨다. 그곳에서 전통자수장인 김순덕 님의 보석함 하나를 구매했다. 며느리에게 줄 선물이다.
음식점들이 단오장의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고 통돼지를 굽고 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바가지요금 없애기 위한 노력 때문일까 모든 식당은 가격표를 눈에 띄게 크게 만들어 붙였다. 시내의 식당들 보다는 조금 더 비싼 가격이지만 자릿세를 감안한다면 그만큼은 받아야 할 것 같다.
가장 시끌벅적 한 곳은 단오장 양쪽의 약장수 들이다. 장고를 치고 노래방 기계음에 맞추어 한 곡조 구성지게 뽑고 나서는 엿이나 만병통치약, 만능 치약, 없는 거 빼고 다 판다. 말 그대로 만물상인 약장수. 허리춤 안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지폐를 펼쳐 드는 어르신들 사이로 광대 복장을 한 각설이들이 뛰어다닌다.
조금 걷다 보니 제일 줄이 긴 곳은 신주 떡을 하나씩 주는 곳이다. 공짜라서일까, 아니면 일 년 중 가장 기가 세다는 음력 5월 5일에 빚은 떡을 하나 먹으면 일 년이 무탈하다고 믿어서일까. 줄 서기를 거부했던 나를 쳐다보는 친구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창포에 머리를 감고, 전통차를 마시고, 부채를 그리고, 전통 탈에 색칠을 하고, 한복 체험을 하는 것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짧은 체험들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탈에 색깔을 입히고 전통의 문양을 그려 넣는 것을 할머니의 마음이 되어 구경해 본다.
곳곳에 아이들이 탈 것들이 많았다. 더운 낮에는 물 위에 뜨는 풍선이나 작은 배 같은 것들이 인기이고, 중학생 정도의 학생들은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안경을 쓰고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하는 체험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그 옆의 동춘 서커스. 5-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이름 변하지 않았고, 서커스는 계속 이어진다는데, 들어가 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친구가 넌지시 말을 건넨다. ‘우리 내일 서커스 보러 올까?’ 그냥 웃었다.
그리고 단오제단에서 펼쳐지는 단오 굿. 문 굿을 시작으로, 청좌 굿, 성주 굿, 지신 굿, 축원 굿 등이 종일 이어진다. 마지막 날에는 송신제를 올리고 소제를 올리는 것으로 그 막을 내리며 일 년의 무병장수와 평안을 기원한다. 음력 5월 5일인 6월 22일이 그 절정이겠지만 화요일 저녁에는 시내 성내동 광장에서 신통 대길 길놀이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각 동네의 퍼레이드. 밤늦게 불꽃놀이까지 이어진다.
단오는 단오장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단오전수교육관에서 관노가면극, 인형극, 전통문화교실 발표회, 단오에 대해 배우는 단오 클래스와 전국 민요경창대회까지 만나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전통혼례식을 시연하기도 하고 그네 뛰기, 장사 씨름 대회 등 많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단오장에서 배부해 주는 소책자에 따르면, 올해는 <단오, 보우하사>라는 키워드로 그 행사를 진행한다. 강릉 단오제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가운데서도 그 명맥을 이어온 천년의 축제이다. 음력 5월 5일은 일 년 중 양의 기운이 가장 센 날로 강릉 남대천 일대에서 8일간 그 축제가 펼쳐진다. 1967년 국가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고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재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단오는 ‘935년 강릉 사람 왕 순식이 태조 왕건을 도와 신검을 토벌하는 가는 길에 대관령 산 신께 제사를 지냈다’는 고려사의 기록이 단오의 근거가 되고 있단다. ‘단(端)-처음’ ‘오(午)-초닷새’를 뜻하며, 모내기를 끝내고 한가해진 시기를 맞아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즐긴다. 단오는 수리 날이라고 하는데 수리는 ‘가장 높고 고귀한다’는 의미이다. 강릉 단오제는 유교, 불교, 무속신앙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 아침 올리는 유교식 제례인 조전제와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단오 굿 등이 단오제단에서 함께 펼쳐진다.
강릉에서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한 달여 동안 <강릉은 극장이다>라는 프로젝트로 여러 개의 공연을 펼쳤다. 신(新) 사임당의 이야기부터 옹심이와 칼국수의 이야기. 선교장에서 펼쳐졌던 관객과 함께하는 결혼에 관한 퓨전 뮤지컬까지. 새로운 것들을 실험적으로 열어 보이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관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여행이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닌 함께하는 시간이 되어, 즐길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강릉의 노력이 대단한 것 같다. 단오가 끝나면 이어서 세계 합창 대회가 7월 3일부터 7월 13일까지 11일 동안 펼쳐진다. 또한 경포 해변도 7월 1일부터 개장을 한다고 한다.
<강릉은 극장이다> <단오, 보우하사><세계 합창대회> 이어지는 조수미와 조성진의 공연까지, 강릉의 볼거리들이 지난 몇 달 동안 빼곡하게 달력을 채운다. 그 안에서 강릉을 사랑하는 한 소시민이 강릉과 함께하며, 같이 즐기고, 같이 웃는다.
단오, 보우하사 소책자의 겉면의 각시 탈 웃음이 거리를 따라 흩어진다. 골목마다 배어드는 소소한 행복, 그 안에 나도 함께 한다. 조금은 들뜬 마음이 되어도, 사는 이야기 즐겁게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인 요즈음이다. 미국 집으로 돌아가면, 소소한 재미가 가득한 고향 강릉이 오랫동안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