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단오

알록달록 추억이 가득한 곳

by 전지은

내 고향 강릉시 대로변에 태극기와 공연 안내 깃발들이 걸렸다. 강릉의 가장 큰 축제 단오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깃발. 단오제를 알려주는 '으라차차 단오'였다. 눈길을 끄는 문구에 소중한 옛 추억이 고스란히 소환되었다.




어린시절 단오장은 먹거리가 지천인 곳이었다. 단오장은 강릉의 중심인 남대천을 따라 펼쳐졌는데 강의 양쪽 공간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었다.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세를 탄 ‘달고나’는 할머니가 야바위라며 근처에도 못 가게 하셨지만, 나는 할머니가 단오 굿 당에 계신 동안 동전 몇 개를 내고 그 쌉살 달콤한 과자를 바늘에 침을 묻혀가며 뽑았다. 우산과 별 모양, 완벽하게 떼어내면 주인은 투박한 손으로 다른 것을 꽉 찍어 주었다. 신나서 다음 것을 떼고 또 떼고…

신명 난 굿판이 끝나면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동춘 서커스로 데려갔다. 커다란 구렁이를 목에 칭칭 감고, 약을 파는 사람들. 그 많은 만병통치약들이 지금도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접시를 돌리고 외줄에서 자전거를 타고 그 높은 곳에서 그네를 타는 이들의 서커스는 어린 눈에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쌈짓돈을 풀어 만병통치약을 샀다. 알록달록 과자와 사탕과 뽑기가 지천이었었던 난전. 난전에서는 살 것들이 왜 그리 많았던지. 발길을 붙들고 시선을 사로잡는 그 많은 잡동사니들.

그들은 꼭 필요하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나 살 것도 두 개 사게 하고 꼭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재주. 그것을 쳐다보다 무엇에 홀린 듯 지갑을 여는 사람들. 나도 할머니를 졸라 많이도 샀다. 천으로 만든 시장가방이 가득 차고도 모자라면 비닐봉지를 몇 개 더 채워야 끝났다. 일 년 치의 장보기를 단오장 난전에서 했었다. 집에 와서 보면 작년에 샀던 것과 똑같은 것도 있고 비슷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할머니는 다시는 사지 말자고 말씀하시며 물건들을 벽장에 넣어두셨다.


또 하나 빠질 수 없었던 것은 먹거리. 감자전과 감자떡, 기정 떡이라 불리는 술 떡이 그 주를 이루었다. 점심을 먹고 가도 몇 바퀴 돌고 나면 허기져서, 이것 저것 먹었다. 알록달록한 사탕과 과자들. 그것도 한 보따리 사서 배를 채우고 또 두고두고 먹으려고 더 사기도 했었다.


그런 예전 모습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단오의 백미인 창포에 머리를 감고, 전통차를 맛보고,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전통 자수를 놓고, 그네를 뛰고, 투호 창을 던지고, 씨름 구경을 하고, 농악 공연을 보고, 품바 관람과 관노 가면극과 굿을 보며 8일 동안 이어지는 신명 나는 단오장 놀이를 함께한다.




사흘째 단오장으로 출근이다. 첫날은 눈요기를 했고, 둘째 날은 커다란 가방을 준비해 언젠가 꼭 쓸데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을 사서 집에 왔다. 사흘째는 먹거리. 단오 주에 감자전과 소머리 국밥, 묵사발과 묵무침, 식혜, 달고나와 솜사탕을 먹고서야 그 끝을 낼 수 있었다. 어릴 적 보았던 먹거리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대로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먹는 것을 즐기던 생각에, 추억의 먹거리들을 마음껏 즐겼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이다. 굿과 관노 가면극, 사천 농악대를 좀 챙겨 볼 예정이다. 농악 경연대회도 전일에 걸쳐 펼쳐진다고 하니, 우리 가락을 챙겨보며 흥을 좀 느껴 볼까 한다.




강릉 단오 안내 책자에 따르면, 강릉 단오제는 천년의 역사를 지녔다. ‘935년 강릉 사람 왕 순식이 태조 왕건을 도와 신검을 토벌하러 가는 길에 대관령 산신께 제사를 지냈다’는 고려사의 기록이 단오의 근거가 되고 있단다. 1967년 국가 무형 문화재 13호로 지정되었고, 2005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단오는 초닷새를 뜻하며 모내기를 끝내고 한가한 시기를 맞아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고 축제를 즐기는 행사이다. 단오 100% 즐기기 에서는 쌀로 빚는 신주와 수리취떡, 관노가면극, 단오 주와 감자전, 난장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안내 책자 한 권이면 단오를 신나게, ‘으라차차’ 하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비대면이었던 코로나 시기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전면 개방되어 펼쳐 치는 축제의 장. 일 년 중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는 음력 5월 5일, 강릉의 단오제는 이미 전국에 잘 알려진 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타국에 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옛이야기, 나의 추억들을 모아 함께 돌아보며 즐긴다. 전 국민들과 함께 “으라차차” 함성을 울리며.





이전 06화강릉을 사랑하는 이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