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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Feb 03. 2022

코로나 블루, 미국인들의 일상

콜로라도 이방인



새해부터 한국 뉴스에는 오미크론의 변이 종인 스텔스 오미크론 이야기뿐이다. 확진자 숫자도 1만 명을 넘어 2만을 육박하고 있다. 먹는 치료제가 도입되고 증상이 경미하다고 해도 확진 자의 숫자는 명절을 지나며 가속이 붙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이곳 미국은 조금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다. 하루 확진 자가 100만을 넘던 것이 오늘 아침엔 60만 정도라고 보도가 되었다. 여전히 추가 백신 접종과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와 모임을 자제하라고 당부하지만 시민들은 오랜 피로감으로 귓등으로 듣는다.





어젠 모처럼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덴버로 장을 보러 갔다. 대형 그로서리 마켓도 작은 중국집이나 베이커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공공장소에 손 제정제 및 마스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심지어 대형 마켓의 입구에는 사설 경호원을 두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을 하지 못하게 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덴버는 내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보다 훨씬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구나.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어느 식당도 마스크를 반드시 쓰라는 문구를 입구에 붙이지 않는다. 마켓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우세한 곳과 공화당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역의 정책 차이일까. 아니면 내가 느끼는 시선의 차이일까. 


같은 주 안에서도 방역의 문제보다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 된다. 전염병 관리가 이현령비현령이 되어 버린 캐치프레이즈로 보통의 시민들만 더 헷갈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건강문제인 전염병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당에서 오랫동안 친했던 자매님 한분이 지난달 선종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어 공포였던 그 시간에, 자매님이 코로나에 걸렸다. 그분과 같이 일했던 전례 부원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몇 명 더 나왔다. 그로 인해 우리 성당은 한동안 인터넷 미사만 봐야 했고, 신자가 둘 이상 모이는 것은 금기 시 되었다. 


다행히 자매님과 다른 신자분들도 회복이 되었고, 신자들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했다. 그러나 그 자매님은 코로나로 심각한 후유증을 갖게 되었다. 폐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었다. 첫 코로나 감염 후 회복이 되었음에도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다고 했고 잔기침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작년 말, 코로나에 재 감염되었다.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던 3주 후, 자매님은 편안한 곳으로 가셨다.  


그런가 하면 내가 일했던 병원에서는 한 젊은 외과의가 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는 아직 40대 후반.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은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었기에, 일찍 백신을 맞았지만 추가 접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 내에서도 자신의 건강함을 과시하며 마스크를 턱에 걸쳐서 간호사나 다른 의료인들의 빈축을 샀다고도 했다. 그도 지난달 오미크론 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 감염이 되었고, 감기 증상이 심해지다가 급격한 호흡기능 마비와 뇌출혈을 동반해 중환자실에서 3일을 버티지 못했다. 아직 어린 아들 넷과 대학 동창이었던 와이프를 두고, 그렇게 떠나갔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나 자신이 나를 보호하는 것 만이 최선의 방법인 것을 배운다. 가게에서는 늘 사람을 만나지만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손 청결제를 사용하고 등등. 이 또한 지나 가리라는 것을 믿고는 있지만 언제쯤 이 상황이 좋아 질지 알 수 없다.


설날 아침, 메신저로 받은 동해의 일출 속으로 모든 우울을 던져 버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받은 덕담에 기대어 새해를 맞는다. 떡국 한 그릇에, 육전 하나에, 막걸리 한잔 올리며 새해에는 이 우울이 좀 가벼워지길 염원해 본다. 


두고 온 강릉 바다에 이 우울감을 던져 버리고 그 차가운 겨울 바다는 파도 속으로 코로나 우울을 밀어 넣는다. 파도는 코로나를 끌고 들어가 산산이 부서지며 하얀 포말을 일군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마음은 벌써 송정 해변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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