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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pr 04. 2022

친구들이 왔다

코로나 말미에서 만나는 반가움

               

덴버 공항으로 픽업을 가는 발걸음이 날아 갈듯 가볍다. 2년 동안 얼마나 늙었을까? 내심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운전을 하는 남편은 날 바라보며 말한다.


"그렇게 좋아?"  


한 부부는 테네시에서 10 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오고, 두 부부는 L.A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었다. 한 달 전부터 우리들의 작전은 시작되었다. 해마다 만나던 얼굴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 카톡 단톡 방에서 자주 수다를 떨지만 그걸로 갈증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들의 수다는 얼굴 맞대고 손뼉을 치고 장단을 맞추어야 제 맛이다. 그걸 2년이나 못했으니…



               


미국 내의 코로나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 마스크를 쓰는 일은 권고 사항이 되었고, 거의 모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백신 접종을 했거나 이미 한번 걸려 항체가 생긴 상태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여행 제한 지역은 거의 없다. 난 기꺼이 우리 집에서 모여도 좋다는 의견을 냈고 만장일치로 통과!


며칠 전부터 아래 위층 청소를 하고 침구들을 살피고 화장실과 욕실제품들을 챙겼다. 이틀 전부터는 본격 음식 준비. 2박 3일이라고는 하지만 8명이 함께 먹을 양과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


 

               


우리들의 인연은 아주 오래다. 강릉이라는 같은 고향을 두었고, 모두 간호사였다가 지금은 퇴직을 했고, 유학생 가족이었다가 정착하여 미국 생활이 한국 생활보다 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여름 방학이면 캘리포니아 어느 해변에 모여 캠핑을 했고, 늘 연락을 하며 지냈다.  핑계만 있으면 만남을 갖았던 삽 십여 년의 세월. 신혼이었던 그 시절의 청춘은 멀리 갔고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반백이 되었다. 젊었을 때는 아이를 기르며 어려웠던 일들을 함께 해결했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그랬던 우리들은 이제 모두 퇴직을 했고 여유롭게 황혼을 즐기고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은 거의 해마다 만났었다. 함께 몇 번의 크루즈 여행을 가고 멕시코에 가기도 했다.  


 

               


이민 생활 중에 동병상련의 마음이 되어 이어지는 이야기들. 해마다 만나고 단톡 방에서 이야기하고 전화도 하는데 만나면 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다행히 남편들도 우리들의 수다를 공감해 준다. 우리들의 모임을 전폭 지지해 주는 남편들이 있어 이렇게 오래 우리들의 인연을 이어 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남편들의 수다가 더 길 때도 있다.

 

인생의 공통분모, 참으로 편하고 따뜻하다. 우리 모두 유학생 가족이었던 시절은 우리들의 인내와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것. 간호사로 30년 이상을 지내며 만났던 아픔들 함께 나눌 수 있고 이해가 된다는 것. 무모하기만 했던 이민생활의 시작에서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힘이 되었던 것. 지난 시간들의 어려움과 아픔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다는 것. 지금 뒤 돌아보며 웃을 수 있다는 일은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깝게 했고 서로에게 든든하게 했다.


이미 여러 번 우리 집에 왔었기에 특별히 어디를 갈 계획은 잡지 않았다. 가벼운 운동처럼 동네에서 산책을 하고, 쉬며, 떠들고 웃고,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와인 한잔 같이 하며 분위기에 취하는 이박 삼일. “참 좋다”. 이 한마디보다 나은 표현이 있을까. 대접을 하는 우리도 진심이고 먼길 마다하지 않고 와 준 친구들도 진심이다. 떠나기 전 우린 다시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하며 웃는다.


               


눈가의 잔 주름은 몇 개 더 늘었다. 

먹고 마신 덕택에 체중도 조금 늘었다. 

떠난 자리를 정리하며 혼자 웃는다. 


소소한 행복과 오랜 여운이 될 즐거움. 이 오랜 친구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힘이 들었을까. 남은 인생의 여정에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계속 묶어 두고 싶다. 봄기운이 온몸에 가득 스며든다. 돌아간 그들도 부디 같은 마음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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