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클래식 음악회를 가기로 했다. 강릉 아트센터가 궁금하기도 했고, 이곳에서 만나는 클래식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설렘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클래식 콘서트, 한여름 밤의 음악회는 4개의 플룻을 위한 콜로라투라로 그 막을 열었다. 콜로라투라(Coloratura)는, 다채로운 음색과 선율의 변화와 기교를 통해 전개하는 연주를 뜻하는 것이라 한다. 꾸임 음과 빠른 음을 이어서 연주하며 날아 갈듯 화려한 플룻 합주. 악기와 한 몸이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연주자들과 그 현란한 음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진지한 관객들.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경청했다.
이어서 플룻 4중주가 이어졌다. 풀룻 4중주는 플룻,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로 편성된 4중주를 말한다. 연주된 D Major K.285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플룻 4중주의 4곡 중 한 곡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단다. 1악장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2악장 아다지오(Adagio 천천히). 3악장 론도(Rondo 회선 곡)로 이어졌다. 빠르게 시작되었던 합주는 날아 갈듯 이어졌고, 아다지오는 느리지만 플룻의 음색이 그대로 연주되었고, 3악장에서는 같은 음률들이 되풀이되며 이어졌다. 멋진 연주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리듬만으로 연주는 아름답고 조화로웠다. 새소리 같이 날아오르는 맑고 선명한 풀룻과 어우러지는 현악기들. 편안하고 잔잔한 활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풀룻의 음색은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바이올린, 비올라, 2대의 첼로로 이어진 현악 합중주 변주곡이었다. 실내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첼로 2대로 연주하며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중저음의 소리 위에서 비상하는 바이올린과 두음을 이어주는 비올라는 조화로움 그 자체였다.
15분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둘러보니 객석은 모든 자리가 만석이었다.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어 서로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 층도 둘러보며 물도 마실 수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속삭이듯 ‘ 참 좋은 시간이네. 이런 곳에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 강릉에 이런 공연장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지? 강릉을 좋아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어’ 하며 웃었다.
2부에서는 피아노 5중주가 연주되었다. 40여 분 동안 이어졌던 연주는 각 악기의 풍성한 음역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1장의 알레그로는 피아노와 첼로의 서정적인 음색이 어우러지고 비올라도 격정적으로 이어지며 활기가 넘쳤다. 2장 둠카(Dumka)는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속 선율을 바탕으로 한다고 한다. 2악장은 거의 끊어질 듯 조용하게 장을 마쳤다. 3장 스케르초:푸리안트는 보헤미안의 민속 무곡인 푸리안트를 기본으로 한 악장이란다. 조금 빠른 리듬이 첼로와 비올라의 선율에 더해져 활력을 주었다. 4장 피날레:알레그로는 빠른 음으로 모든 악기가 점점 빠르게 빠르게 이어가다 급격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격한 느낌으로 끝났던 연주,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이어지는 박수에 커튼콜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 그래도 박수가 계속되자 두 대의 첼로가 앵콜 곡을 들려주었다.
다른 장르의 음악도 물론이지만, 더구나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런 한여름 밤의 음악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을 마음만 먹으면 작은 도시 강릉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집에 와서 들었던 선율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유튜브를 찾아보며 듣고, 다시 한번 문헌들을 찾아보며 클래식을 배워 간다면 너무 과장한 것일까. 운전하는 동안 늘 틀어 놓고 있는 라디오 채널은 항상 클래식인데 그냥 편하게 듣는 것뿐. 한 번도 공부하는 것처럼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곡명을 기억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단지 운전하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 애청했던 채널이다. 이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공부하는 것처럼 복습해야겠다. 공연을 예매하며 예습을 하고 갔더라면 연주가 더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한여름 밤을 식혀주는 가랑비가 내렸다. 작은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친구와 사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종종 이런 시간을 갖자. 자신을 정화 시키고 이런 음악을 통해 치유되는 시간. 지금 우리 나이는 무언가 배우기에 좋은 나이라며 쳐다보고 웃는다. 밤비 내리는 거리는 어두워도 검은 하늘 그 안에서는 누군가를 비추는 별들이 총총히 뜨고 있을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