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밭에 고추가 열렸습니다
오이고추인 줄 알고 샀다는데
열매를 맺고 보니 청양고추였다고 합니다
얄쌍한 고추가
냄새부터 맵습니다.
까만 모기떼는 매운 고추가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엄마의 밭에 호박이 열렸습니다.
퇴비가 부족한지
주렁주렁 열리진 않았지만
호박잎은 무성하게 뻗어나갔습니다.
밭에서 쓰는 농기구들을 간수해 두는
자그마한 창고 지붕 위에
노란 호박 한 덩이,
그거면 됐습니다.
엄마의 밭에 대파가 자랐습니다.
대파보다 더 높이 자란 풀들이
대파를 넘어뜨렸습니다.
뜨거운 한여름 햇빛을 막고
거름도 빼앗아
대파보다 더 크게 풀들이 자랐습니다.
오랜 장염으로 기력을 잃은 엄마처럼
대파는 널브러졌습니다.
오늘밤 내리는 비로 우뚝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밭에 가지가 열렸습니다.
가문 여름에 잘 열리지 않던 가지는
초가을비에 늘씬하게 뻗어
반들반들 빛을 찾았습니다.
추석에 아들딸 손주들 가지나물
먹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보랏빛 가지꽃이 하나둘 늘어갑니다
엄마의 밭에는
땅 속에서
알알이 커져가는 고구마와
한겨울 먹을 김장을 위해 배추와 무, 쪽파가 자라고 있습니다.
조그만 엄마의 밭에는
엄마뿐 아니라
아들딸 손주들을 위한 사랑이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