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가 봄이 왔다고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다
두 팔 벌려, 여섯 팔 벌려 하늘을 향해
눈이 부셔도 좋다고 마냥 웃는다
보이지 않는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갔다
겨우내 땅속에서 꼼지락꼼지락 뿌리를 뻗느라 동상에 걸리지 않았다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 뿌리는 땅의 단내를 빨아들였다
열두 번 넘게 씻어낸 냉이를 살짝 데치고 나니 뿌리는 하얘지고
냉이잎은 물기 머금은 초록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뜨거운 소금물에 데친 냉이뿌리가 달큰하다
시골에 살면서 나물 뜯고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게으른 농부입니다. 농촌의 일상과 하루의 단상을 담백하게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