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갱년기

by 봄비

오래 전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은 아직 얼얼한데,

서운했던 남편의 말은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나는데,

모두 엄마 때문이라며 탓하던 딸의 말은

여직 가슴을 후벼 파는데

왜 조금 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미역국 냄비는

깜박 잊고 다 태우는 걸까?

꼭 챙겨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스카프는

왜 놓고 나가는 걸까?

잘 놔둔다고 놔둔 손톱깎기는

왜 매번 찾는 것일까?


깜박깜박 깜박증에 걸렸나?


이젠 잊을 법한데

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까먹지 않을 법한데

까먹지 말아야 할 것은 까먹고,

서운하지 않을 법도 한데

자꾸만 서운하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8화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