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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을 널다가

by 봄비

수건을 널다

엄마를 생각한다.


오래 되어서 뻣뻣해지고,

누래진

수건을 널다

팔순이 넘은 엄마를 생각한다.


기숙사에 가져간다,

자취방에서 써야 한다,

보기에 예쁘고 세련되어 보이는 수건들을 챙겨간 딸들이

서운한 것도 아닌데

낡고 힘이 없어 보이는 수건이

엄마 같고 나 같다.


나도 친정에 가면 예쁜 수건을 골라

우리집으로 가져왔는데

세월이 흐르니 친정이나 우리집엔

낡은 수건뿐이다.

환경을 위해선 오래 쓰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나오는 수건은 재질이 좋지 않다며

애써 다독이는 마음은 힘 없이 펄럭인다.


쉰이 넘은 이제야,

큰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이제야,

엄마의 낡은 수건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구겨진 수건을 잡아당기고 허공에 탁탁 쳐서

당연하지 않은 생각과 함께 빨래집게로 집어 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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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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