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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Nov 19. 2022

[독후감] ノルウェイの森(노르웨이의 숲, 1987)

村上春樹(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 교보문고에 갔더니 이 책이 외국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다. 출간한지 3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 소설이고, 처음에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다. 나도 이 책을 5번은 읽었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중 처음으로 읽은 책이 이것이고,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는 원서를 사서 몇 번을 더 읽었다. 글이든 음악이든, 좋은 것에 꽂히면 그 예술가의 작품을 더 찾아보는 사람인지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도 몇 개를 더 읽어보았으나, 아쉽게도 <해변의 카프카> 외에는 이 소설만큼 마음에 드는 글을 찾지 못했다. 워낙 다작하시는 작가이다보니, 나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은 인물이다.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지나치게 소설 속의 인물에 몰입한 나머지 그 인물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곤 한다. 이 책에 유독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인물이 많아서 위험해보이긴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에서 나오코의 증세가 악화되어 자신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를 발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점에 나를 투영하게 된다. 분명 글을 읽고 있지만 내 어휘력마저 퇴행하는 느낌. 작가가 워낙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하다보니 인물의 처지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화려한 문장이 쓰이진 않더라도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상황과 장면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다가와 독자를 끌어들인다. 덕분에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감성이 남긴 여운을 한동안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다.


死は生の対極としてではなく、その一部として存在している。


 작품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친구이자 나오코의 연인이었던 키즈키의 자살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나오코의 자살로 귀결된다. 키즈키의 그림자는 수년 간 나오코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특별한 존재의 죽음은 남은 사람을 위태롭게 만든다. 그럼에도 소설 속의 인물들은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다. 와타나베가 그렇고, 미도리와 레이코 씨가 그렇다. 키즈키 사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의 나오코도 그랬을 것이다. 나가사와 선배는 '살아가는 사람'의 극단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오코는 키즈키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나가사와 선배는 특별한 존재인 하츠미 씨를 저버리고 극단으로 나아간 나머지 그녀를 놓쳤고, 그녀의 사후 그가 어떻게 변하여 '살아감'을 관철했는지는 그려지지 않는다. 와타나베와 레이코 씨는 일련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자아를 지닌 채로 묵묵히 살아갈 인물들이다.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레이코 씨를 홋카이도로 보낸 뒤 미도리에게 전화한 와타나베는 길을 잃는다. 쓸쓸한 장례식이 아닌, 나오코를 위한 장례식을 레이코 씨와 치르며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정말 떠나보냈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미도리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그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이후에 어떻게 삶의 궤도에 돌아오는지는 작품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나가사와 선배의 결말도 열린 채로 남아있다. 소설의 서두와 중간의 언급으로부터 자신들의 특별한 존재를 잃어버린 그들이 결국 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그 세부는 미완의 영역으로 남겨진다. 와타나베에게는 미도리와 레이코 씨라는, 나름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죽은 자(미도리와는 그녀의 아버지, 레이코 씨와는 나오코)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나가사와 선배는 하츠미를 잃으며 와타나베까지 잃는다. 아마 그녀에 대한 추억을 공유할 존재는 와타나베 밖에 없었겠으나, 하츠미도 와타나베도 나가사와를 감당할 수도, 쫓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한 쪽 기둥이 부러진 채로 절뚝이며 죽음을 향하는 삶을 영위하지 않을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히 와타나베와 나가사와 선배가 대조되는데, 그 차이는 주변인의 존재다. 미도리와 레이코 씨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를 잃은 뒤에도 와타나베는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죽은 자를 함께 기억할 수 있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가사와 선배는 영영 마음 한 구석이 뚫린 채로 살아가야 한다. 특별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죄책감과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후회를 벗어날 수 없다.

  갈수록 타인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지나온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소중한 인연 하나하나가 내 생을 지탱함을 알고, 더욱 아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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