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야기 8. 빵도둑 '꼬마 주먹밥' 길을 떠나다.
TO. 훔쳐먹어도 맛없는 빵은 참을 수 없다는 ‘빵도둑’에게
기억나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숲 속 빵집’ 주인아저씨가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서 훔친 빵을 빵도둑 넌, 도둑인 주제에 맛이 없다고 아저씨한테 화냈었지.
훔쳐먹긴 하지만 맛없는 빵은 용서할 수 없다는 너...
그때 넌 아저씨에게 너의 정체를 밝혔어. 난 왜 식빵 모양 가면을 쓴 네가 생쥐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을까? 그 깜찍한 체리같이 빨갛고 동그란 코와 날렵한 팔다리를 보고도 말이야.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빵을 훔친 너에게 기회를 주셨지.
"그렇게 맛있는 빵을 먹고 싶으면 네가 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그때 넌 깜짝 놀라 깨달았어.
"그렇구나. 내가 만들면 되는구나!"
그날 이후로 빵도둑이었던 너의 인생은 달라졌어.
몇 날 며칠을 궁리하고 온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드는 제.빵.사.로 말이야.
사실 난 처음부터 네가 단순한 빵도둑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빵에 대한 너의 진심을 느꼈다고 할까?
젤 먼저 알아챈 건 네 방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빵 도둑의 규칙’에서였어.
『폭신폭신 갓 구워 낸 빵을 노린다.
하나만 먹는다.
먹을 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그다음으로는 언제나 식빵 가면 속 매서운 눈초리의 너지만,
맛있는 빵을 먹고 있을 때만큼은 마치 갓 구운 빵처럼 폭신폭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거든.
아, 맞다! 주인아저씨의 도움으로 어엿한 제빵사가 된 이후의 이야기 《빵도둑vs가짜 빵도둑》과 《빵도둑과 수상한 프랑스빵》에서는 새로운 빵 모양의 가면을 쓴 악당들이 등장했잖아!!
넌 기발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게다가 ‘가짜 빵도둑, 롤빵'과 또 ‘수상한 프랑스빵’을 친구로 받아주었어.
『"나도 빵을 너무 좋아해서 옛날에 너와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지.
하지만 빵을 훔치는 것보다 빵을 만드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빵집 아저씨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되었어.
너도 나랑 빵을 만들어 보지 않을래?”』
너의 이 대사 정말 멋있었어(짝짝짝). 매우 훌륭한 태도였다고 생각해.
악당과 친구가 되어, 함께 힘을 합쳐 만든 나무 열매와 건포도가 듬뿍 들어간 ‘고소한 빵’, 또 ‘새콤달콤한 빵’, 그리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들어간 ‘고양이 손 크림빵’... 사실 너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거야.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는 마음
이쯤 되니 난 궁금해졌어.
넌 왜 빵 모양 가면을 뒤집어쓴 빵도둑이 되었을까?
그 이야기는 빵도둑 그림책이 나온 지 3년 만에 드디어 밝혀졌지. 바로 빵도둑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빵도둑 꼬마 주먹밥 길을 떠나다》에서야.
『꼬마 주먹밥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꼬마 주먹밥은 매일매일 주먹밥만 먹는 것에 질렸답니다. 다른 것도 먹고 싶은 마음에 엄마아빠에게 이야기를 해 보지만 "주먹밥보다 더 맛있는 건 세상에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꼬마 주먹밥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속이 상한 꼬마 주먹밥은 가출을 결심하며 집을 나와 버리고 그렇게 모험은 시작됩니다.
꼬마 주먹밥은 어떻게 빵도둑이 된 것일까요? 엄마아빠와 꼬마 주먹밥은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 온 어린이 친구들에게 소개할까 해.
친구들도 분명히 궁금해하고 있었을 거야.
왜 빵도둑은 빵을 훔치는 도둑이 된 것일까?
그럼, 난 너에게 보내는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어린이 친구들에게 다시 편지를 써야겠어.
From. 네가 만든 건포도 빵을 먹을 날을 기대하는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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