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서툴렀던 사람

아무 일도 없던 날이었다고, 나는 말하게 되겠지

by 서늦은

현충일이 낀 연휴였다.

서로 바쁘단 핑계로 휴식을 미뤄온 두 사람에게,

수현이 먼저 여행을 제안했다.

"우리, 어디 좀 다녀올까."

말이 없는 사람이 먼저 꺼낸 제안이었고,

그 여행의 목적지는 몇 달 전 다은이 TV를 보며

스쳐 지나듯 말했던 정원이었다.

"이 정원 봐봐. 너무 예쁘다... 꼭 가보고 싶어."

그때 다은의 말은 가볍지 않았다.

다은은 꽃과 식물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그 말은 수현에게 오래 남아 있었다.

공항철도 안,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늘 조용했던 수현이 그날은 유난히 말을 많이 했다.

"그 음식점 이름 뭐였더라. 그때 너 진짜 좋아했잖아."

"음... 기억 안 나네. 너 기억력 안 좋잖아."

"근데 정원은 기억했잖아."

다은은 피식 웃었다.

수현은 가끔 이렇게, 딱 거기까지만 다정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커피 한 잔 없이 곧장 비행기에 올랐다.

창가에 앉은 다은은 멀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비행기는 탈 때마다, 기분이 좀... 괜찮아."

"그치. 내가 운전 안 해도 되니까 좋지.

"...이상한 포인트에서 감동받는다, 너."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들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도착한 정원은 작고 조용한 곳이었다.

햇살 아래 들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고, 나무들은 초여름의 냄새를 품고 바람에 흔들렸다.

"여기네, "

다은이 말했다.

"TV에서 보고 한참 생각했던 데"

다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꽃들 앞에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았다 진심이었다.

이 순간이, 그 말이, 그 표정이.

"이거 봐. 이건 진짜 희귀한 거야.

나 이거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봐."

수현은 다은의 활짝 웃는 미소를 보며 조금은 뿌듯했다.

다은은 계속해서 들꽃과 식물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무심히 꽃 이름을 중얼거리곤 했다.


"이건 달맞이꽃인가? 아니, 좀 다르네..."

수현은 말없이 그 옆에 서 있었다.

“뭐가 꽃인지 모르겠네.”

다은이 웃었다.

감탄과 농담 사이 어딘가,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수현의 말이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둘 사이로 바람이 흘렀다 다은은 조용히 눈을 감았고, 수현은 그런 다은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언제나 편했지만, 그날은 조금 이상했다.


정원을 나서며 다은이 말했다.


"오늘, 진짜 좋았어. 고마워."

수현은 짧게 대답했다.

"응. 나도 좋았어."


그 말이 끝이 아니길 바랐지만,

그 하루는 조용히 지나갔다

다정하고, 이상하리만치 평화롭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마지막으로 함께한 '아무 일도 없던 날'이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