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일 오전 6시 10분경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셨다.
추석 때부터 폐렴으로 병원에 계셨는데 좋아지시는 모습에 안심한 순간 몇 달 전 먼저 가신 할머니를 따라 천국땅을 밟으셨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그리고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조금씩이라도 남겨봐야겠다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와의 작별이 더 아쉽고 속상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어느새 4개월 이상 지난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주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내 모습에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 방학 때마다 서울에 올라와 무한 경쟁을 경험한 덕분인지 어서 빨리 성년이 되어 시골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 덕분에 20대부터 지금까지 부모님 그리고 조부모님을 친구보다도 더 멀리 지내었다. 특히 조부모님과는 일 년에 명절을 핑계 삼아 한두 차례 인사드리고 일 년에 몇 번, 손에 꼽을 만큼 적었던 안부전화를 드릴 때면 늘 ‘보고 싶다, 고생한다, 잘했다’며 달래주시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제야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마음에 와닿는지 그때가 많이 그립다.
며칠 전 조부모님께서 지내셨던 집을 정리하며 끊임없이 나오는 할아버지의 삶의 기록들과 한 번도 꺼내 쓰시지 못한 채 소중하게 놓인 유품들에서 참 열정적이셨고 소박하셨던 두 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제는 이 땅에서는 다시 못 볼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머니를 보내고 나를 꼭 안아주시며 '수고했다' 토닥여주시던 할아버지의 그 품을 손길을 다시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두 분의 마음을 잘 담아 이 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늘 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