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퇴사 고민도 연례행사가 아니라 일일 업무 보고에 넣어야 할 판이다.
사무실은 오늘도 삭막하다. 들리는 는 것이라고는 건조한 키보드와 마우스 클릭 소리뿐.
공기마저 굳어버린 것 같은 이 공간에서, 고요를 깨고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메신저 알림이 떠오른다.
별로 열고 싶지 않은 이름에서 날아온 메신저,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야 000, 건의사항 같은 거 앞으로 팀장들한테 보고해, 파트장끼리 하지 말고, 뭐든 000 파트장 먼저 통하려 하는데 내가 주의 깊게 보고 있어. 너는 앞으로 매번 나한테 보고 없이 000 파트장한테 디렉트로 하는 게 익숙한 모양인데 앞으로 그러지 마"
말문이 막혔다. 옆 팀과 건의사항을 한번 상의했다가 들은 소리치고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게다가 나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건, 이 메신저를 보낸 사람은 우리 팀 팀장조차 아니라는 는사실이다.
심지어 내가 타 팀 파트장과 상의한 것은 우리 팀 팀장의 명확한 지시사항이었다.
혼돈이 밀려온다. 보통 회사의 보고 체계란 아래쪽에서 충분히 정리정돈이 된 다음에 위로 올라가는 법이 아니었던가? 실무자끼리 조율도 하지 않는 날것의 내용을 곧장 팀장에 들이 밀라는 것인가? 효율보다는 권위가 앞서는 곳, 시스템보다 '기분'과 '감시'가 우선인 곳.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업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런 사소한 참견에 아침부터 귀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화나게 한다. 상대의 무례함에 내 자존감은 꺾여나가지는 않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조직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 큰 고민에 빠진다.
용기가 없어서 남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이 억울함을 버텨낼 힘이 남아 있는 것인지는 나조차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아침에 날아온 무례한 메신저 한통이 내 마음의 저울을 한쪽으로 세차게 기울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