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들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는 우표 수집광이었다.
또 다른 친구는 예쁜 컵을 모으는 친구도 있었다.
시집을 와보니 아버님께서 연장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계셨다. 시간이 나면 고물상으로 달려가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손에 작은 연장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어머님께서는 필요도 없는 것을 또 사 왔다고 궁시렁거리셨다. 때로는 어머님께서 똑같은 연장이 여러 개 있을 때 슬그머니 내다 버리셨다. 그럼에도 아버님은 크고 작은 연장들을 모으기 시작하셨다. 아버님 말씀은 한 번을 써도
필요한 연장이 있어야 집수리고 뭐고 다 하실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머님의 잔소리를 들으셨는지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유품 정리를 하는데 장롱 이불 옆에 둘둘 말아놓은 신문지가 있어서 풀어보니 거기도 연장이 들어 있었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만큼 연장은 아버님에게는 소중한 보물들이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남편이 연장들을 모두 자루에 담았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이웃에게 나누어 줄 연장이 두 자루나 나왔다. 남편은 아버님의 보물들을 창고에 잘 정리해 두고 요긴하게 사용을 하고 있다. 때로는 와우 이런 연장도 있었네.... 하며 일에 능률을 올려주는 연장은 기특해하면서 면장갑으로 닦아준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아버님 연장으로 호박 넝쿨이 타고 올라가도록 지지대를 만들어 주었다. 창고에 있는 연장들을 보면 거북이 등처럼 두툼했던 아버님 손이 많이 생각난다. 한평생 근면 성실 부지런한 모습으로 가정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아버님, 당신의 연장들 잘 쓰고 잘 보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