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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니와 감나무 /. 이 효

by 이효 시인

감나무와 어머니 / 이효


당신과 함께 심었습니다

손가락만 한 감나무

돌짝밭 손끝이 닳도록 함께

땅을 파내려 갔습니다

바람은 햇살을 끌어다 주고

가족은 새벽을 밀었습니다

오늘, 그 감을 따야 하는데

당신은 가을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식탁 위 접시에 올려진 감 하나

차마 입으로 깨물지 못합니다

한평생 자식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헌신을

온몸으로 땅에 쓰고 가르치신 어머니

그렁한 내 눈은 붉은 감빛이 되었습니다



이효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감나무만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돌짝밭을 사서 가족들과 함께 새벽을 밀고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한평생 자식들 잘되기만을 바라시던 어머니! 그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도 목이 맵니다. 1960년대 집안에서 정해주신 혼처를 박차고 무조건 서울로 상경해서 직물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고 그 돈을 저축해서 작은 가계를 열고, 자신이 선택한 남자랑 약혼을 하고, 그 남자도 피난민이어서 가난하긴 마찬가지지만 성실한 모습과 신앙심이 깊은 모습에 반해서 결혼을 합니다. 두 사람은 작은 땅을 사서 개척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하루에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잠을 청하고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포도 농사, 감나무 농사, 딸기 농사, 그렇게 부부는 성실이란 재산 하나로 집안을 일으켜 세웁니다. 이제 그분들이 손발이 닿도록 가꾼 과수원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납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생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며느리 손주 온 가족이 함께 새벽을 밀고 땅에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손 끝이 닳도록 파내려 간 땅에서 첫 해 감이 열렸는데 어머님은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시인은 그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차마 식탁에 놓여있는 감 하나를 깨물지 못하고 그날밤 "감나무와 어머니" 시를 눈물로 써내려 갑니다. 올해도 어린 감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니 웃는 모습과 감꽃이 너무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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