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마라도에 갔다.
새들을 따라 원을 그리며 섬을 돌고 있을 때 뾰족한 생각도 시들고 목이 떨어진 선인장 하나 눈에 박힌다
살려주고 싶었다.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 싶었다.
땅에 떨어진 목의 흙을 털어주고
하얀 휴지에 싸서, 비닐에 넣었다.
숨 막히는 가방에 넣고 잠시 명령을 내렸다.
나비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고 전화를 했다.
"나는 선인장을 절대 꺾지 않았다" 그저
땅에 떨어진 저 선인장이 가여워 안고 간 거라고....
과연 이 섬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혹시 식물 채취 규정이라는 것이 있지나 않을까?
탐정가의 매서운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탐색했다.
비행기가 서울로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 나는 선인장에게 주문을 걸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숨은 쉬지
말고, 입은 다물고, 인사도 하지 말고, 물은 절대 찾지 말고, 눈도 뜨지 말고......
나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가듯이
선인장을 꼭 안고
비행기 검색대를 통과했다.
마약도 아닌데 떨기는...... 내 머리통이 하얗게 부어오른 것 같았다.
아파트 베란다에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심어 주어야 하는데
급하게 너의 방을 만들 수가 없어서 어린 감나무 화분에 임시로 심어 놓았다.
가을이라 물을 잘 주지 않아도 햇살 덕분에 몸이 통통해졌다.
밤마다 감나무랑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리가 창문 너머 들려온다.
가시를 세워라!
기죽지 말라고~~ 주문을 건다.
봄이 오면
빨간 화분에 새집을 내어 주고
이름 하나 정성껏 지어 줄게
도시의 바람은 사납지만
몸에 가시가 자라면
그 바람마저 네 편이 되리라.
그때쯤
나도 너의 가시 하나 내 몸에 심어 기억하겠다. 선인장의 피가 내 피로 흐르고 나의 숨이 너의 몸에 흐르게 하리라. 그렇게 우리는 멸종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기로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