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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내 손으로

국산 김치

by 이효 시인

집으로 손님을 초대했다. 왜 그랬을까? 하루 종일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다녔다. 요즘 누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니? 친구 말이 귓전을 때린다. 그래, 내가 미친 거야. 4명도 아니고 10명도 아니고 20명 이상을 초대했다. 메뉴는 총 8가지로 정했다. 오늘은 그중 가장 기본적인 반찬인 김치를 담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트 오픈 시간에 맞춰 안으로 들어갔다. 배추 앞에 서서 가격표를 보았다. 4통에 이만 원 정도였다. 한겨울에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파, 마늘, 양파, 배 등 기본 양념들을 샀다. 배추를 고를 때는 들어보고 무거운 것을 고르라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제일 무겁고 튼실한 것만 골라 집으로 가져왔다. 김치 담그기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절이는 것과 간 맞추는 것이다. 겉껍질을 한 장씩 벗겼다. 배추를 4등분하여 먼저 만들어 놓은 소금물에 절이고, 머리 부분에 소금을 넉넉하게 뿌려 주었다.

5시간 정도 잘 절였다. 중간중간 뒤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무 채를 썰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를 두 개 샀는데, 하나는 채를 썰고, 하나는 깍둑썰기하여 믹서에 배와 양파와 함께 곱게 갈았다. 그 베이스에 고춧가루, 파, 생강, 마늘, 젓갈, 매실청을 넣는다. 그러면 양념이 매우 맛있게 된다. 이때 소금을 넣는데, 가장 중요한 간 맞추기가 오늘 김치의 성패를 좌우한다. 잘 절여진 배추를 씻어서 먼저 먹어 보아야 한다. 배추가 싱겁게 절여졌으면 양념에 소금을 더 넣는다. 배추가 짜게 절여졌으면 양념에 소금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다행히 배추가 싱겁게 잘 절여졌다. 그래서 소금을 조금 더 넣었다. 한나절 걸리는 일이었지만, 김치통에 버무려 넣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김치통 안에서 익어가는 수백억 마리 유산균을 생각하니 벌써 맛있게 먹어 줄 손님이 기다려진다. 손님 초대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거하게 한 번 주말에 잔치를 벌여야겠다. 정은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 데서 시작된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뿌듯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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